[슬픈 한우]식당 쇠고기값은 요지부동..왜?

이학선 기자I 2012.01.10 12:40:00

체감 못하는 소비자
도매가격은 떨어지지 않아
등심·갈비등 특정부위만 선호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10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학선 이승현 기자] 산지 소값은 떨어졌는데 식당에서 사먹는 쇠고기값은 요지부동인 까닭은 뭘까. 서울시내 한우 전문점에서 파는 등심 1인분(150~200g) 가격은 3만~4만원대다. 산지 암송아지값은 한달새 120만원대에서 60만원대로 뚝 떨어졌는데 식당 메뉴판은 예전 그대로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쉽게말해 도매가격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등급 한우의 지육가격(도매가격,등심)은 1kg에 1만3000원대로 한달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당연히 소비자가격도 6만원대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최근 송아지 한마리값이 1만원까지 떨어졌다는 언론보도는 그 대상이 육우 송아지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송아지는 보통 도축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거래된다. 나중에 소값이 뛸 것 같으면 송아지값이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진다. 1만원대 송아지는 미래에 대한 축산농가의 불안감이 상징적으로 나타난 사례일뿐 지금 당장 모든 소의 시세가 한꺼번에 떨어졌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실제 다 큰 소의 산지가격은 소값이 최고조로 치솟던 지난 2009년에 비해 큰 폭 떨어지기했지만 최근 한두달만 놓고 보면 그 변동이 크지 않다. 지난 6일 농가수취가격(600kg)은 458만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수준과 별 차이가 없다.

▲ 송아지값은 큰폭 떨어졌지만 도매가격 하락폭은 크지 않다. 식당 쇠고기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자료:축산물품질평가원)

소비자들이 등심과 갈비 등 특정부위를 선호하는 것도 식당 쇠고기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전북 장수군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양 모씨는 "소한마리를 잡아도 소비자들이 찾는 부위는 40~50kg에 불과하다"며 "해당부위에서 소값을 다 뽑아야하는 식당 입장에선 판매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양 씨는 한우전문점을 하면서 산지 직거래도 했지만 마진이 남지 않아 지금은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바꿨다고 한다.

인건비나 야채값, 각종 세금 등 부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식당들이 쇠고기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하 모씨는 "쇠고기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판매가의 3분의 1정도"라며 "고깃값이 떨어졌어도 다른 비용은 그대로이거나 올랐는데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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