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했으니 공시도 책임져라`··극약처방에 증권사 반발

김정민 기자I 2011.09.19 11:21:16

상장주선사에 공시대리인 책임 부과
외국기업 19개사중 5개사가 불성실공시법인
한국인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검토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상장 중국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극약처방을 꺼내들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기업의 공시는 기업공개(IPO)를 맡은 증권사가 책임지도록 할 계획이다.

늑장 공시로 수많은 투자자들을 울린 중국고섬(950070)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한 차원이다.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외국기업 상장규정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세부방안을 손질중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외국기업 상장시 이를 주선한 증권사가 `공시대리인`을 맡도록 한 규정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법무법인이나 컨설팅회사 등이 공시대리인을 맡아왔으나 중국기업이 제공한 자료를 그대로 번역해 올리는 수준에 그쳐 불성실 공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현재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9개 외국기업중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곳은 5개사나 된다. 이중 중국원양자원(900050), 네프로아이티(950030), 연합과기(900030) 3개사는 공시불이행과 번복을 반복해 중복제제를 받았다.

자료 : 한국거래소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상장을 주선한 증권사에 1년간 공시대리인을 맡겨 공시내용에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국내에 상장한 외국기업에 대해 공시책임자, 공시담당자, 공시대리인을 정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불성실공시가 이뤄질 경우 공시대리인인 증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늦장공시나 공시번복 등의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공시대리인 의무기간을 5년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면서 최종 결정권을 쥔 금융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담당자는 "증권사가 공시대리인을 맡아도 해당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공시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따로 둬야하는 등 비용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 문제 역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초안에는 한국인 사외이사 의무선임 규정이 포함돼 있지만 워낙 반발이 거세다.

올들어 상장을 포기하거나 연기한 외국기업중 일부는 거래소의 사외이사 확충 및 한국인 이사선임 요구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효성에 비해 규제수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도입여부를 두고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내부회계괸리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상장을 주선하는 증권사가 해당 기업의 매출처와 매출액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규정은 법안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검토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늦어도 올해안에는 외국기업 상장규정 개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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