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시중자금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어 MMF와 단기예금 등 단기성 수신이 급증하고 있다. 정기예금이나 채권투자는 저금리로 수익률이 성에 차지 않는 형편이고 조정이 지속되고 있는 주식시장은 원금손실을 용납하지 않는 보수적 투자자들에겐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투자 대안이다.
금융기관 단기자금 변동추이
자료: 한국은행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자금은 부동산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업대출에서 가계대출로 영업대상을 전환한 금융기관들의 전략 등이 부동산 투자자들의 운신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대상들의 예상수익률이 낮아진 상태에서 부동산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점도 부동산으로 자금을 유인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지나치게 흘러갈 경우의 문제점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면 당연히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나 아파트, 상가 등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효과를 동반하는 문제가 있다.
첫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임대료 등 주거비 상승을 통해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감퇴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감퇴하고 소비심리가 악화되면 기업경기에도 부담요인이 된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도 임대료 상승은 생산원가 부담을 증가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생산원가 상승은 소비심리 악화에 의한 수요부진과 어우러지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또 다른 문제는 소득 분배를 왜곡시킬 가능성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부동산 가격이나 임대료가 상승한다고 하여 전체 국민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임대료의 상승은 부동산 소유자의 소득을 증가시킨다. 전체 국민 소득은 큰 변함이 없는데 부동산 보유자의 소득만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임차인은 원래 자신의 소득이던 부분의 일부를 임대료 상승분 만큼 부동산 소유자에게 내 주게 된다. 개인의 경우 임대료를 지불후 소비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기업들의 경우 이익이 감소되는 결과가 빚어진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근로소득도 아니고 파산의 위험을 부담하고 기업활동을 수행한 대가로 주어지는 사업소득도 아니다. 노동없이 발생하는 소득, 즉 대표적인 불로소득이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떼내 불로소득자에게 주는 작용을 함으로써 바람직하지 못한 소득배분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간에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못함으로써 계층간 위화감 조성은 물론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감퇴 시키는 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생산요소를 창의적으로 잘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국민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업활동도 위축시킬 수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게 되면 나중에 경기 부진 등으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때 가격거품이 급격하게 꺼지는 것이 불가피해 지고 이는 경기를 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주가 하락기에 역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로 소비심리가 악화되어 경기회복이 늦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전체 인구중 주식투자 인구는 9.3%인데 비해 주택보유인구는 약 25%인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가격 하락시의 역자산효과가 주가하락시 보다 더 악성일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바람직한 이유
반면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주식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그 기업이 달성하는 실적에 의해 결정된다. 그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기업의 주가는 올라가고 그러지 못하면 주가는 내려간다. 그러므로 기업의 주가는 경영자와 종업원이 얼마나 성실하고 창의적으로 기업활동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주식시장은 이런 기업들의 경영실적과 향후 전망을 고려하여 적정한 가격을 결정하는 곳이다.
만약 어떤 이유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면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그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주가의 상승은 기업활동에 따르는 가치변동위험을 부담한 주주에게 부의 증대라는 보상을 줄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낮은 비용으로 조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주가 상승은 재산가치의 증가라는 점에서 그리고 다같이 불로소득이라는 점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공통점이 있지만 그 경제적 효과는 매우 다른 형태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흐르는 자금을 차단코자 하는 정부대책으로 증시유입 가능할까
최근 부동산시장으로 부동자금이 몰리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기조짐이 역력해지자 정부는 다급하게 투기의 불길을 잡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주식시장이 조정기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달아 오른 것이어서 정부 당국의 가슴을 더욱 졸이게 하고 있다. 정부는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면서 이들 자금들이 일부나마 주식시장으로 흘러 증시에 활기를 불러 일으켰으면 하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부동산 거래와 보유에 따르는 각종 비용을 증가시키고 매매차익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환수토록 하는 조치가 부동산 투자의 매력을 감소시킴으로써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는 부동자금의 규모를 줄일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금흐름을 차단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들 자금들이 방향을 틀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으로 판단된다. 부동산으로 가는 흐름을 아무리 막아도 이윤동기에 따라 방향을 잡아가는 자금흐름의 특성상 증시자체의 매력이 부각되지 않으면 저절로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잡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자금이 증시로 가기 위한 조건
그럼 이들 대기성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성립되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주식투자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이 동일한 위험수준의 다른 투자안에서 기대되는 수익률보다 높아야 한다. 이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주식투자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달성될 수도 있고, 주식과 동일한 수준의 위험을 가진 다른 투자안의 기대수익률이 낮아 짐으로써도 가능해 질 수 있다.
주식투자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은 배당수입과 주식매매차익 등이 커짐으로써 제고될 수 있다. 이들 수익은 해당 기업의 실적과 비례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동일한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기업의 성과가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는 시스템, 즉 지배구조가 투명할수록 소액주주들의 입장에서는 주식투자 수익률이 제고 될 것이다.
투자대안으로써 주식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산들은 채권과 부동산이라 할 수 있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이들 자산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이 하락한다면 주식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증대되어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동자금의 주식시장 유입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포인트는 하반기 이후 기업실적 전망, 지배구조 투명성, 저금리의 유지 가능성, 부동산에서의 기대수익률 하락 등을 들 수 있다. 단, 전제조건으로 미국경제의 재침체나 남북관계 악화등과 같이 투자심리와 시장수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부동자금 규모와 경기전망, 물가수준 등을 고려해 볼 때 저금리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산업생산 증가에 비례하여 통화량과 투자자들의 여유자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부동자금 증가가 지속될 경우 지난 해 10월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4.34%까지 내려갔던 것과 같은 초저금리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지배구조 문제도 최근 후퇴조짐이 보이긴 하고 있지만 그래도 IMF이전에 비해서 많이 개선된 상태이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관련당사자들의 인식도 많이 제고된 상태인 것은 사실로 여겨진다. 또한 최근 취해진 일련의 부동산투기 억제책 등은 부동산 투자에서 기대되는 수익률을 상당수준 제약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우리 기업들의 3/4분기 실적발표와 향후 전망은 가장 중요한 자금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주가 조정의 최대 원인은 미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 확대라 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연초에 기대했던 속도보다 느리게 회복될 전망, 심지어 경기 재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면서 세계경제 전체의 회복속도도 늦어지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전망되었다.
경기 회복이 당초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상반기 사상최대 실적을 올렸던 우리 기업들은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아졌다. 이제 좀 있으면 기업들의 3/4분기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될 것이다.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 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고려할 때, 3/4분기 실적이 2/4분기 실적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기만 하여도 시장은 긍정적 충격(positive surprise)로 받아 들이고 시장심리는 급격히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꾸면서 자금의 흐름도 증시로 향하게 함으로써 유동성장세를 연출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