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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희의 핫스팟)벌거벗은 임금님

정동희 기자I 2001.11.12 12:13:10
[edaily] ▶ 부자들은 돈을 만든다(make money) 돈의 관한 지식과 의사 소통 기술이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돈에 대한 통찰력을 배울 기회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외국인의 무지막지한 매수세를 보면, 부자들은 돈을 만든다(make money)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자들은 상황을 바꿀 돈과 힘과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않고 대응을 한다는 측면에서 자본주의의 희한한 메커니즘은 시작되는 듯 하다. 돈에 대한 식욕이 너무 커질 경우, 시장은 종종 감정적으로 움직이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위기에 압도되어 자신에게 진실을 애기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이야기처럼 모두들 임금님의 옷이 화려하다고 칭송하는 것처럼 모두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만 있는 금주, 지난 주와 다른 변수 4가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 4가지 『금주 주요 시장변수』 ① WTO의 농업 부문 무역 장벽 완화 허용 여부와 관련하여 유럽과 미국 간의 갈등 금주에는 두 개의 굵직한 국제 회담이 열릴 예정으로 있다. 먼저 뉴라운드 무역협상이 논의될 11.9일부터 13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담」을 꼽을 수 있다. 1990년의 경우 24.1%를 보였던 개발도상국의 수출비중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2000년의 경우 30.8%에 달하고 있을 정도로 소위 세계화(Globalization)의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WTO 뉴라운드 협상이 타결 여부도 중요하게 지켜봐야 될 대목이지만, 특히 WTO의 농업 부문 무역 장벽 완화 허용 여부와 관련하여 유럽과 미국 간의 갈등이 축소될지 아니면 지속될 지 여부도 핫 이슈가 아닐 수 없다. ② 非OPEC국가의 OPEC 감산 동참 가능성 한편 11.14(水) 예정된 OPEC 정기총회를 앞두고 하루 100만∼150만 배럴의 감산을 실시할 뜻을 거듭 강조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테러 발발 직후 유가의 공급 불확실성이 제기되며 순간적으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이후 전세계 경기 둔화라는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강하게 제기되며, OPEC의 유가 밴드제(배럴당 22∼28달러) 수준 이하로 무참하게 떨어졌다. 최근 각국의 주식시장은 경기 반전에 대한 기대를 무리하게 先반영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제유가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하향세를 보이는 상반된 논리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율을 하회하고 있는 구조에서, 미국 주도로 국제 유가의 보이지 않는 하향 압력이 러시아를 비롯한 非OPEC회원의 도움 하에 성공을 거두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원유 소비 증가 소식, OPEC의 감산 가능성 고조 및 러시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에 동참할 가능성 등으로 국제 유가가 사흘째 상승세로 반전되었는데,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세 유지 여부가 각국의 금융완화정책에 적지 않게 영향을 주는 변수 중의 하나이다. 다만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비 기준으로 전월 +0.4%에서 -1.6%로 급락하면서 도매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타난 것처럼 인플레를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닌 듯 하다. 【 그림 : 국제 유가 변화 추이 】 ③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과 혹한 도래 미국이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라마단 기간에도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금주 후반 라마단 기간이 시작된다. 탄저균 확산 우려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서 주식시장에서 재료로서의 가치가 희석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이 전략 요충지인 마자르 이 샤리프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아프칸 전황 호전으로 받아들이며 지난 주 후반 미국 주식시장의 버팀목이 되었다. 이렇듯 아프간 전황 호전 여부가 주식시장에 하나의 재료로서 영향을 주는 현실에서, 11.17(土) 시작되는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과 함께 혹한은 향후 아프간 전투의 최대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측면에서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미국은 느슨해지고 있는 동맹 국가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군 증투를 통한 지상전 임박을 예고하고 있다. 늑대소년 이솝 우화처럼 거듭된 추가 테러 경고 발발 가능성에 시장 참여자의 반응이 무디어지고 있지만, 금주에는 라마단 기간 임박에 따른 전황변화가 주식시장의 재료 측면에서 점차 다시 부각될 수 있겠다. ④ 국민은행 재상장 이후 풀어가야 할 시장 숙제들 합병후 재상장하자마자 포철을 제치고 시가총액 5위로 올라선 국민은행의 강세 뒤에는 국민은행 한 종목만 하루만에 713억원이나 산 외국인 메수세가 원동력이 되었다. 지난 주 금요일 장 마감 후국제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9일 국민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Baa2"로 상향 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최근 무디스 등의 신용 평가기관이 절대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前 외국인의 매수세는 과거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前 외국인의 매수세와 매우 유사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에 국가 신용등급 상향 직전 집중적으로 유입되었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막상 신용등급 상향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는 지수에 별다르게 탄력성을 보장해주지 못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는 점에서, 다음 주 국민은행의 주가 흐름이 상당히 주목된다. 특히 국민은행이 흡수합병이 아니라 신설 합병 방식을 통해 再상장됨에 따라, 지난 주 금요일 이론가 대비 약 10,000원 가까이 상승한 지난 주 금요일 상승세가 지수에 반영되지 않아, 여러가지 부담을 안겨준다. 즉, 11월9일 종가 기준으로 국민은행이 지수에 반영됨에 따라 국민은행이 43,200원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오히려 지수 하락 요인으로 작용되어, 대규모 선물 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된다. 또한 외국인 다음으로 대규모 선물 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증권회사에도 불리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국민은행의 이론가(거래정지 이전 가격) 대비 가격 상승분은 앞으로도 반영되지 않아, 향후 시장 Basis는 거래 정지 이전 설정된 차익거래의 기준이 되었던 Basis와 큰 차이를 보이게 되며 거래 정지 이전 설정된 차익거래 물량에 Tracking Error를 발생하게 만든다. Tracking Error 추정 폭은 현재 Basis 에 비해 약 -1.0P 전후 추가적으로 확대되어 있는 셈이 되어, 합병은행의 거래 정지 이전 설정된 매도 차익거래는 Basis 폭이 약 +0.6P 전후의 Contango를 발생하는 시점에야 청산이 무리 없이 가능할 것으로 추론된다. ▶ 튼튼한 기반이 있어야 100층짜리 건물이 올라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더 이상 여의도에 자리 잡은 63빌딩이 아니다.바로 강남구 도곡동 일대에 골격 공사가 일단락되고 있는 새로운 고층빌딩이 그 주인공이다.그런데 특이한 점은 63빌딩의 경우 강북에서 바라보거나 강남에서 바라볼 때, 바로 시야에 들어서는 반면, 도곡동에 자리 잡은 새로운 고층빌딩은 시야에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강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여의도는 지반 자체가 모래가 적지 않아 50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려면 까다로운 지반 공사를 거쳐야 된다. 하지만, 강남구 도곡동 대지는 상대적으로 튼튼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 50층 넘는 건물이 마구 올라가고 있어, 명색이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도 고층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건물쯤으로 평범하게 보인다. 주식시장의 이야기로 돌아와, 현재의 경제 여건 아니면 열 발 물러서서 내년도의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볼 때 주식시장의 기반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는다.특히 1980년 이후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정치순환적 주가 싸이클을 보이며 집권 후반기에 대세 상승이 온 적이 한 번도 없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 정책과 구조 개혁의 동시성이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내년도에 상당히 많다. 과거 일본이 재정 확대 정책만 써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구조 개혁의 동시성이 보장되지 않는 재정 확대 정책을 안이하게 실행하다가 상황이 꼬인 바 있다. 이러한 본질적인 이야기에 이제 식상할 것 같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 상황으로 돌아와 보자.지금 기반이 제대로 다져져 있지 않은 대지 위에 외국인 투자가는 무턱대고 층수 높은 고층건물을 짓기 위해 난리이다. 마치 “기다리는 조정은 없는데 주식을 안 사고 뭐하냐?”고 날마다 핀잔을 주며, 이제 심리전 측면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삼풍백화점이 기반공사를 튼튼하게 하지 못해 결국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졌듯이, 튼튼한 기반이 없이는 100층 건물이 올라가지 못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는 미국 저 금리로 인한 통화량 팽창이 모멘텀 플레이(Momentum Play) 결합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한국시장을 정량적 분석보다는 정성적 분석으로 접근하고 있는 느낌이다. 스타벅스의 회장인 하워드 슐츠는 생애 처음으로 커피숍을 개장해 첫 손님을 맞이하면서, “아 누군가가 실제로 뭔가를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고 한다. 또한 그는 “내 마음 속의 굴욕과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항상 활기차고 자신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외국인 투자가의 지속적인 물량공세로 인해 심리전 측면에서도 어려워지며 추격 매수 관점에서 초조해질 수 있겠으나, 지금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주도로 짓고자 하는 고층건물의 기반이 튼튼한지 살펴봐야 되지 않을까? 벌거벗은 임금님이 모두들 화려하다고 입을 모으다, 실제로는 벌거벗었다는 말을 하게 되는 전환과정은 너무도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발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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