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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빌딩 두 곳이 잇따라 검은 연기에 휩싸였습니다. 70대 남성 이모 씨가 신명빌딩과 한양빌딩에 있는 특허법인 사무실을 차례로 찾아가 불을 지른 것입니다. 이 화재로 5명이 중상을, 14명이 경상을 입는 등 총 19명이 다쳤습니다.
이 씨가 수사기관에 밝힌 범행 동기는 특허법인들이 자신을 속였다는 의심이었습니다. 그는 “특허법인들이 가짜 특허등록증을 만들어 나를 속였다고 생각해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판사가 ‘다친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씨는 “미안하지만 나 역시 피해를 입었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이 씨의 주장은 애초에 사실과 달랐습니다. 특허청 등록디자인공보에 따르면 이 씨가 만든 운동기구 디자인 2건은 그가 불을 지른 두 특허법인 사무소를 통해 각각 출원됐으며, 권리 역시 이 씨 명의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주관적인 의심과 망상이 수십 명의 생명을 위협한 방화로 이어진 것입니다.
양손 흉기로 시민들 공격, 이유는 “뉴스거리 만들고자”
지난 13일에는 인천에서 한낮 흉기 난동이 벌어졌습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 2~3층에서 최충락(59)이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고정한 채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이 범행으로 10명이 다쳤습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10대 여성은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충락은 계양구의 한 병원에서 피부질환 치료를 받은 뒤 부작용이 생겼다며 불만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치료받은 병원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병원 측 신고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데 화가 났다”며 “관심을 끌 목적으로 뉴스거리를 만들고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는 평소 “누군가 내 삶을 들여다보고 경찰이 나를 원격 조종하며, 병원에서 내 전자기기를 감시하고 있다”는 식의 극심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YTN 라디오 방송에서 “이 사건은 흉기를 이용한 다중 테러라고 규정하는 것이 정확하다”며 “살인은 수단이고 본질은 자신의 망상을 표출하고 다중의 공포를 야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국내 다중 공격행위 중 양손에 흉기를 묶고 범행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며 “해외 극단주의 테러의 수법을 모방한 양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건은 개인적인 원한과 불만을 시민들의 일상에 대한 공격으로 표출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겠다며 휘두른 흉기와 지른 불에, 그 불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민들이 쓰러졌습니다. 어떤 사연도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억울함보다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입니다. 범행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피해자들의 치료와 일상 회복을 끝까지 지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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