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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경비여단' 논란…전작권 전환 앞 커지는 의문[김관용의 軍界一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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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6.08.15 08: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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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군정위 사무국·JSA대대 통합 추진
"병력 증강 없는 재편"이라지만 권한 집중
2014년 '재활성화' 이후 조직·회원국 확대
미래 연합사와 지휘관계부터 명확히 해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유엔군사령부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경비·정전집행여단’을 두고 한미가 엇갈린 설명을 내놨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여단 창설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창설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유엔사 측은 기존 조직을 통합하는 구상이 철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창설식을 앞두고 제동이 걸린 것인지, 명칭만 바꿔 조직 개편을 계속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당초 알려진 구상은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사무국과 파주 캠프 보니파스의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를 여단급 조직으로 묶는 것이었습니다. 군정위 사무국이 맡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출입 승인과 정전협정 위반 조사, 북한군과의 연락 기능을 JSA 경비 임무와 통합하고, 대령급 군정위 비서장이 여단장을 겸하는 방안입니다.

유엔사는 병력과 임무를 새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책임을 유지하면서 지휘통제와 조정 체계를 개선하는 내부 개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DMZ 출입과 정전협정 집행, JSA 경비 기능을 ‘여단’이라는 하나의 지휘체계 아래 두는 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주둔국인 한국 정부와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유엔사는 1950년 북한의 남침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근거로 창설됐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협정의 이행·관리와 DMZ 남측 구역의 출입 통제, 정전협정 위반 조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전쟁 억제와 방어 임무는 연합사가 담당하고, 유엔사는 정전 관리와 유사시 회원국이 제공하는 전력의 접수·조정 역할에 집중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2025년 7월 8일 경기 평택시 캠프험프리스 바커필드 연병장에서 유엔사 창립 75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25년 7월 8일 경기 평택시 캠프험프리스 바커필드 연병장에서 유엔사 창립 75주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활성화’ 이후 조직 다국적화

그러나 유엔사의 다국적화와 기능 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유엔사는 2014년 ‘재활성화’ 작업에 착수해 2015년 이를 공식화했습니다. 한미연합사·주한미군사와 뒤섞여 있던 기능을 분리하고 회원국 장교의 상설 참모부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유엔사 설명상 재활성화 프로그램 자체는 2018년 본부의 평택 이전 이후 종료됐지만, 조직의 다국적화와 독자 기능 강화라는 방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이 유엔사 창설 이후 처음으로 비(非) 미군 출신 부사령관에 임명됐습니다. 이후 호주·영국·캐나다군 장성들이 부사령관을 맡았고, 올해 1월부터는 스콧 윈터 호주 육군 중장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유엔사 본부 참모부에도 미국·호주·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 등 여러 나라 장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연락장교 파견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빚었던 독일이 18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습니다. 일본 요코타기지에 있는 유엔사 후방사령부는 요코타를 비롯해 캠프 자마, 요코스카·사세보 해군기지, 가데나 공군기지, 후텐마 해병대 항공기지, 화이트비치 해군시설 등 7개 후방기지를 통해 유사시 회원국 병력과 장비의 한반도 전개를 지원합니다.

회원국 장병들이 프리덤실드(FS)와 을지프리덤실드(UFS) 등 기존 한미연합연습에 계속 참여하면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주목됩니다. 올해 UFS에도 11개 유엔사 회원국에서 70명이 추가로 참가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북·러 군사협력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유엔사 회원국의 결속과 전력지원 능력을 강화하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유엔사는 한미동맹을 뒷받침하는 다국적 안보자산이자 북한에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억제수단입니다.

DMZ 충돌 넘어 전작권 문제로

문제는 권한의 경계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와 유엔사는 DMZ 관리 문제를 놓고 노골적인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DMZ 남측 구역의 비군사적·평화적 출입 권한 일부를 행사하도록 하는 이른바 ‘DMZ법’을 추진하자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습니다. 유엔사는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서 DMZ 남측 구역의 정전협정 관리·집행에 대해 유엔군사령관이 ‘유일한 권한’을 보유한다는 입장까지 밝혔습니다.

반면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철책과 지뢰, 전술도로를 설치하는 ‘국경선화’ 작업에 대해서는 “건설이나 방어활동만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DMZ의 완충 기능을 무력화하는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한 것과 배치됩니다. 북한의 군사시설에는 신중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한국 정부의 DMZ 정책에는 배타적 권한을 내세운다는 ‘이중잣대’ 논란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DMZ 출입과 정전협정 위반 조사, JSA 경비를 여단급 조직으로 통합하려 했다면 한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엔사가 가진 기존 권한을 효율화하는 차원을 넘어 DMZ 관리에 대한 독자적 지휘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2일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참가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증원 장병 우호 증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합참)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2일 전쟁기념관에서 개최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참가 유엔군사령부 회원국 증원 장병 우호 증진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합참)
더 큰 문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입니다. 현재는 미군 대장이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기 때문에 세 사령부 간 충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대장이 미래 연합사령관을 맡고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게 됩니다. 유엔사와 미래연합사의 역할 구분은 지금보다 훨씬 중요해집니다.

유엔사는 미래 연합사를 지휘하는 작전사령부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유엔사가 DMZ 출입과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판단하고, 회원국 지원전력을 접수·조정한다면 실제 작전 과정에서 미래 연합사와 판단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합참과 미래 연합사, 유엔사의 관계를 규정한 약정도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유엔사의 정전 관리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회원국 지원 전력에 대한 지휘관계는 어떻게 설정되는지, 미래 연합사와 판단이 충돌할 경우 누가 조정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작권 전환은 지휘관의 국적만 바꾸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시 한반도 방어를 누가 주도하고 각 사령부가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는지 다시 정립하는 과정입니다.

이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채 유엔사의 조직만 강화된다면 한국군 주도의 미래 연합사 옆에 별도의 지휘체계가 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경비여단 논란이 단순한 부대 명칭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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