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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결제의 장점은 분명하다. 기존 카드 결제는 D+2~D+3의 정산 시차와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는 더 빠른 정산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국경을 초월하는 송금도 몇 초면 완료된다. 가맹점에게는 현금흐름 개선, 소비자에게는 수수료 절감의 잠재력이 크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더리움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낮아 결제 수단으로서의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결제가 된다’는 것과 ‘상거래에 쓸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해결해야 할 난제가 남아 있다.
첫째, 환불과 분쟁 처리의 문제다. 전통 카드 결제는 발급사·매입사·PG사가 역할을 나눠 승인부터 정산까지 처리하고 ‘차지백(Chargeback)’이라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다. 반면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는 되돌릴 수 없다. 환불 처리를 위해 발급사나 수탁사가 오프체인 정산을 진행하거나 블록체인상 ‘역거래’를 기록하는 대안이 거론되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집행할지에 대한 절차적 표준은 여전히 공백 상태이다.
둘째,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이다. 디지털자산 결제에서는 거래소, 지갑 사업자, 결제 사업자가 관여하지만 책임 범위가 불분명해 분쟁이 생기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셋째, AML/KYC와 편의성의 충돌이다. 국경을 넘는 결제일수록 ‘이 사람이 누구인지,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확인 절차가 많아질수록 결제는 느려지고 번거로워진다. 결국 이용자 눈에 보이지 않는 ‘백엔드’ 단계에서 자금세탁 방지 통제를 설계해야 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사전 검증된 지갑만 결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용자는 불편함 없이 결제하되, 부정 거래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걸러내는 구조다.
넷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부재다. 국내에 제도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환율 리스크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다.
이 과제들이 풀리지 않으면 결제가 가능해도 사람들이 안심하고 쓸 수 없다. 그래서 완전한 탈중앙화보다 일정 수준의 중개와 통제를 받아들이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실증 단계라면 글로벌 시장은 이미 디지털자산 결제를 실험이 아닌 사업으로 전환했다. 비자(Visa)는 스테이블코인 정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USDC 기반 국경 간 결제를 상용화했고 마스터카드도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결제망에 통합하는 파일럿을 확대하고 있다.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해 결제와 송금에 직접 활용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 Money 역시 5억 5000만 명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를 기반으로 결제·송금 서비스의 일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미국 의회도 움직이고 있다. GENIUS Act(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법)가 법제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 금융 인프라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간의 문제일 뿐 디지털자산 결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국내 카드사들의 실증과 특허 출원은 고무적이지만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험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체계 정비에 신속하게 착수해야 한다. 환불·분쟁 처리의 책임 구조를 법제화하고 소비자 보호 장치를 결제 인프라에 내장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결제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 시스템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김기동 대표변호사=25년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원전비리수사 단장, 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중요 수사 부서 책임자를 도맡았다. 기업·금융 분야 로펌 로백스(LawVax)를 설립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융 전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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