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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인생 2막"…신중년이 메운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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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 기자I 2025.11.14 06:00:00

관광산업 新동력된 신중년 경력보유여성
50+세대 배우는 손에서 가르치는 손으로
AI, ESG 등 디지털이 만든 ‘세대 재결합’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산업의 시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요가 회복된 만큼 공급 복귀는 더딘 상황. 여행 수요는 늘고 있지만, 산업 현장은 여전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숙박업과 여행업, 지역 체험관광 전반에서 경험 많은 인력의 부재가 시장 회복과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관광산업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신중년·경력보유여성 관광일자리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업계를 떠났던 퇴직자, 경력보유여성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면서 기업은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중장년층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상생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신중년·경력보유여성 관광일자리 사업 개요(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경험 갖춘 퇴직자, 관광산업의 공백을 채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2024 관광산업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관광사업체는 3만 8700곳, 종사자는 21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 9% 증가했다. 수치 상으로만 보면 회복세로 보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관광업계 10곳 중 8곳이 “인력난이 여전하다”고 답했다. 특히 종사자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구인·구직 미스 매치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팬데믹 기간 이탈한 경력자의 공백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현장 서비스 품질의 불안정성도 커졌다.

서울의 한 호텔 인사담당자는 “신입 직원은 빠르지만 고객 감정을 읽는 데엔 서툴 수밖에 없다”며 “돌발 상황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 대처가 가능한 중장년층이 오히려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한 체험관광업체 대표도 “현장을 잘 아는 인력이 줄면서 안전 관리와 예약 대응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지난 9월8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열린 ‘8차 서울 여행업 취ㆍ창업 리스타트 과정’(사진=한국관광공사)


이 같은 구조적 인력난 완화를 위해 정부는 2023년부터 ‘신중년·경력보유여성 관광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산업 특성에 맞춰 현장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의 관광업계 유입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다. 이 사업을 통해 2023년과 2024년 2년간 전국 8개 지역에서 1340명이 교육을 이수, 이 가운데 150여 명이 관광 관련 기업과 기관에 재취업했다.

지자체, 타 기관에서도 정부 사업과 연계해 관광업계 인력난 해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 중구청은 기업이 정규직 인력을 채용할 경우 월 최대 140만 원의 ‘서울형 관광업 고용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중장년 경력지원제’를 통해 월 40만 원의 인건비를 보조하고 있다.

올해 신중년·경력보유여성 관광일자리 사업 실적(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장의 변화, “고객이 먼저 알아본다”

관광업계로 유입되는 중장년층 재취업자의 경력도 다양해지고 있다. 강원도의 한 리조트는 퇴직 교사 출신 50대 인력으로 구성된 ‘시니어 서비스 매니저’를 도입하면서 고객 만족도가 10% 이상 상승했다. 사회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 서비스 매니저가 예약 상담, 체험 프로그램 안내 등 고객 응대 업무를 전담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서울 소재 한 중견 여행사도 신중년 직원이 고객 응대 업무를 맡은 이후 고객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

한 OTA(온라인 여행사) 관계자는 “AI(인공지능)가 상품 기획 속도를 높였지만 고객의 감정을 읽는 건 결국 사람의 일”이라며 “경험 많은 직원이 상담을 맡으면 확실히 재예약률이 높다”고 말했다.

퇴직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도 크다. ‘여행서비스 전문가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의료관광기업 레드테이블에 취업한 김송희 씨는 “오랜 통역 경험과 교육을 결합해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며 “단순한 재취업이 아니라 전문성의 확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엔 나이와 단절이 한계였지만, 지금은 경험이 경쟁력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윤승환 한국관광공사 관광인재양성팀장은 “신중년 인력은 책임감과 서비스 감수성이 높아 현장 만족도가 높다”며 “AI 시대일수록 사람의 감성 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중년·경력보유여성 관광일자리 사업 실적(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산업의 활력은 확인, 지속성은 여전히 과제

사업 성과는 뚜렷하지만 지속성은 과제다. 한 여행사 대표는 “지원금이 종료되면 인건비 부담이 다시 커진다”며 “단기 보조 방식으로는 오랜 기간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원금 종료로 늘어난 재정 부담으로 고용이 중단되거나 숙박·체험업 등 근무 강도가 높은 업종에서 장기 근무 비율이 떨어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체력 부담, 낮은 임금, 불규칙한 근로환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훈 한양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관광산업의 인력난은 단순한 충원이 아니라 인재 공급망의 붕괴에서 비롯됐다”며 “관광·호텔 관련 학과 입학생이 최근 3년간 1만 명 이상 줄었고, 산업의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근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좋아하는 일이어도 임금과 복지가 낮으면 인재는 남지 않는다”며 “신중년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산업 회복이라는 단기 성과는 올렸지만, 구조적인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관광일자리 페스타’ 현장 모습(사진=한국관광공사)
지속가능한 고용 구조 논의는 기술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AI가 일자리를 전면 대체하기보다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경험이 축적되고 세대 간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산업의 생명력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단기 인력 투입보다 산업별 직무에 맞는 표준화된 재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민규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과 사무관은 “관광산업은 결국 사람이 성장의 중심이 되는 산업”이라며 “중장년층이 산업의 품질을 높이고 있는 만큼, 청년층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고용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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