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불' 사우디 디지털트윈 수출로 IT업계 이정표 쓴 '네이버'

한광범 기자I 2023.10.24 09:56:55

이르면 내년부터 5개 도시 디지털 트윈 구축 본격 착수
국내 스타트업·공공기관도 '플랫폼 활용' 동반성장 기대
중동 시장 첫 개척…클라우드 사업도 성장세 더 빨라질듯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구축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국내 IT기업으로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 수주로 국내 관련 스타트업들과 공공기관들의 중동 진출에도 청신호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르면 내년 안에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카 등 주요 5개 도시에 대한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네옴시티를 비롯해 국가 단위의 대규모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는 사우디가 건설·토목에 이어 한국 대표 IT기업의 기술력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국내 IT 기업들이 중동 진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사우디 디지털 트윈 시장은 전망이 밝다. 블루웨이브 컨설팅은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에 따라 정부 및 민간 투자가 이뤄지며 사우디의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가 2023~2029년 사이 연평균 63.1% 성장해 2029년엔 56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이 총망라된 네이버 1784 사옥.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이번 중동 지역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이 추후 하이퍼클로바X·소버린AI·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 이들 기술의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 사업 역시 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활용 무궁무진한 ‘디지털 트윈’, 스타트업 다양한 사업 아이템 창구

인프라이자 플랫폼인 디지털 트윈의 속성,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의 관련 스타트업과 공공기관도 네이버의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향후 중동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세계에 현실 세계를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작게는 건물 내부 공간에서 크게는 도시 전체까지 데이터화해 정밀한 공간 정보를 구축한다. 해당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스타트업이나 전문 기관 등도 활용 가능하도록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된 오픈 플랫폼 형태일 것으로 보인다.

현실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기 쉬워지고 실험적으로 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일례로 건축 관련 정부부처의 경우 네이버가 구축한 사우디 특정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활용해 도시 계획을 해볼 수 있다.

예상 건축물에 대한 일조량 및 바람길을 시뮬레이션 해보거나 집중호우 시 침수 지역을 미리 예측하고 이에 따라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통 관련 부처에서 도로 단위 교통 정보를 구축해 제공하거나, 서울시 S-map과 같은 공공 지도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트업의 경우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반의 실감형 부동산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로봇의 측위나 경로 계획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 심부름 로봇을 손쉽게 제작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해 AR·VR이나 3D 기반의 시각 특수효과에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도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현실감과 규모감 넘치는 VFX(시각 특수효과)를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

네이버는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와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MOU를 체결했다. (사진=대통령실)
디지털 트윈은 한 번 구축되면 이를 활용한 새로운 혁신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플랫폼이자 인프라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일상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돼 온라인 공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앱스토어 이상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디지털 트윈, 미래도시의 핵심…국내 IT기업 중동 진출 물길 될까

디지털 트윈은 스마트시티와 같은 미래형 도시의 기간 시설이자 디지털 SoC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중동 지역 기술 수출에 성공한 이번 수주는 일반적인 SI 사업과 다르게 평가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실내외를 모두 아우르는 도심 단위 정밀 디지털 트윈 기술과 자체 매핑 장비, 자동화를 위한 AI, 클라우드 기반의 프로세싱 인프라까지 한 번에 갖춘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며 “항공사진과 MMS(Mobile Mapping System), AI와 클라우드 기술력, 5G특화망 운영 경험, 대규모 실내 매핑 기술까지 모든 요소 기술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실제 PoC 경험까지 쌓아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이 국내 스타트업들과 공공기관들의 사우디 등 인접 중동 지역으로의 진출에 충분히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네이버가 사우디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이 확대되며 생태계가 고도화되고 국내 스타트업들의 중동 진출도 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네이버가 추진 중인 사우디의 디지털 트윈 구축 프로젝트에는 LX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참여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자체가 네트워크와 같은 기간 인프라 성격을 일부 갖춘 중요한 기술인 데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운영되는 만큼 이를 한국 IT기업의 기술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라며 “무엇보다 K-컬처의 높은 인기로 인해 중동 지역 진출을 고려하는 스타트업들 역시 상당수 존재하는 편인 만큼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이 잘 구축되면 시너지가 충분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동특수 노리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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