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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교가 공동 분석한 결과,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중국 대형은행 4곳의 대(對)러시아 익스포저는 지난해 서방의 첫 제재가 시행된 이후 올해 3월까지 14개월 동안 22억달러(약 2조 9100억원) 에서 97억달러(약 12조 8100억원)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중국공상은행과 중국은행의 익스포저(대출 등에 따른 신용위험 노출)가 88억달러(약 11조 6200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외국 은행들이 보유한 러시아 자산 비중이 6.2%에서 4.9%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데이터 분석에 참여한 안드리 오노프리옌코 키이우 경제대 교수는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 은행 및 신용기관에 대출을 해준 경우 대부분이 달러화와 유로화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방 제재를 기회로 삼아 러시아가 국제 거래에서 달러화·유로화 대신 위안화를 채택토록 종용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작년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거래가 1850억달러(약 244조 2200억원)로 10년 전(870억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올해 1월 공개한 자료에서도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 간 무역액은 1903억달러(약 251조 2150억원)를 기록해 전년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러시아가 서방 제재 이후 중국과의 거래를 확대한 영향으로, 이 과정에서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거래도 크게 늘었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수출 대금의 60% 이상을 달러화·유로화가 차지했으나 올해 3월 말 기준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 반면 위안화 결제 비중은 1% 미만에서 16%로 확대했다. FT는 “러시아 내 경제 중심축이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 중국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외국 은행 가운데 대러시아 익스포저가 가장 큰 곳은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은행으로, 서방 제재 이후 14개월 동안 러시아 내 자산이 205억달러(약 27조 1000억원)에서 292억달러(약 38조 5400억원)로 40% 가량 증가했다. 라이파이젠 은행은 러시아 사업을 매각·분할하는 등 철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올해 3월 이후엔 러시아 내 자산을 255억달러(약 33조 6600억원)로 줄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