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시세 반영 시스템 없어 논란 반복
충분한 사회적논의·치밀한 사전논의 필요
[이데일리 문승관 건설부동산부장]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내년 공동주택(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평균 71.5%에서 2020년 수준인 69%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에 대해 묻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에 연락을 취했다. 그는 대뜸 이같이 말했다.
“공시가격 제도 손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근본적으로 시세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작업이 필요하죠. 어느 누가 집값이 내려가는데 비싼 세금 내려고 할까요. 내년, 내후년에도 공시가격 때문에 진통을 겪을 겁니다.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해마다 되풀이하지 않게끔 제도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이 전문가의 주장은 이랬다. 예컨대 ‘시차’에서 오는 시세가격과의 ‘괴리’가 크다고 했다. 공시가격 기준일은 매년 1월1일이다. 재산세는 7월과 9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12월에 낸다. 종부세와 공시가격은 1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집값이 올랐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올해처럼 급락 장세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집값은 계속 하락하는데 이미 정해진 공시가격 때문에 보유세 부담이 불어난다. 최근 일부 부동산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넘어서는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시차의 괴리현상은 공시가격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나왔는데 유찰됐다. 요새 경매 시장에 나오는 물건의 감정가가 작년 고점에 감정됐던 것이 대부분이어서 시장에서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다.
유연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그에 따른 시세 책정이 필요한데 이를 반영할 시스템이 없는 셈이다. 시장과 전문가들이 일정 수준 이상 집값이 내리면 중간에 공시가격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래야 시차의 괴리를 줄이면서 납세자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종류마다 시세가 다 다르고 이 시세가 정확한지 알 수 없는 점도 공시가격 제도를 손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야 실시간 시세를 확인할 수 있지만 소규모 단지나 빌라, 단독주택 등은 시세를 바로 확인하기 어렵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
이는 깡통빌라나 깡통전세를 양산하는 온상이 된다.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매달 깡통전세 현황과 빌라 등의 시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 점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다. 이번에 공시가격을 낮춘 것도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이라는 점에서 그 노력을 인정한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공시가 논란을 내년에도 겪지 않으려면 서둘러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공시가격을 정확하게 책정하고 시세의 부정확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치밀한 사전 준비 등이 필수다.
공시가격 제도 개선 외에 앞으로 부동산 경착륙이 몰고 올 부작용도 경계할 때다. 정부와 여야는 부동산 세제를 하락기에 맞춰 뜯어고쳐야 한다. 여야 간 절충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꿈같은 얘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당리당략을 떠나 고환율·고유가·고금리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국민의 척박한 삶을 보듬고 달래줄 현명한 결론을 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