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떨어지는 LCD값…국내 디스플레이·TV업체 영향은?

신중섭 기자I 2021.08.29 16:50:42

32인치 하락폭 두 자릿수…전 인치 하락세 확대
"아직은 괜찮은데"…하반기에도 하락세 지속 전망
"LCD 비중 축소"…韓 업체 큰 타격은 없을 듯
TV 업체는 원재료 값 부담 줄어들어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TV 수요 폭증으로 지난해부터 치솟던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값 하락세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당분간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삼성과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TV 제조업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왼쪽)과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전경(오른쪽).(사진=삼성·LG디스플레이)
◇하락폭 두자릿수까지 확대…모든 크기로 하락세 확산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년2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TV용 LCD 패널 값이 이달 하반월에도 모든 크기의 제품에서 3~12%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Witsview)에 따르면 8월 하반월 TV용 32인치 LCD 패널 평균가격은 상반월 대비 11.9% 떨어진 74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32인치 패널 값은 7월 하반월 87달러에서 8월 상반월 84달러로 3.4%(3달러) 떨어졌는데, 하락폭이 두자릿수까지 확대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32인치 패널에서 시작됐던 하락세가 시장 주류인 55인치 이상 제품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43인치 패널이 131달러로 전반월 대비 9.0% 하락했으며 △50인치 181달러(-6.7%) △55인치 220달러(-5.6%) △65인치 284달러(-4.4%) △75인치 398달러(-2.7%) 등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TV용 LCD 패널 값이 급등했던 건 코로나19에 따른 집콕(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보복소비 효과로 TV·정보통신기술(IT) 제품 수요가 증가한 탓이 크다. 지난 5월부터 상승세가 시작돼 55인치를 비롯한 일부 제품들은 1년 새 2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TV 제조업체들이 LCD 패널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면서 최근 수요가 줄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특수로 무려 2배나 뛰었던 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가 변수로 작용할 순 있지만 약보합 또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업체 타격 크진 않을 듯…TV 업체는 숨통

TV용 LCD 패널 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와 TV 제조 업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패널 값이 하락하면 패널을 생산하는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하고, TV 제조업체 입장에선 원재료 값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

다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타격이 아직까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미 지난 1년 새 패널 값이 급등한 탓에, 어느 정도 값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수익성은 유지돼서다. 더욱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미 TV용 LCD 생산을 상당 부분 줄여왔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당초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국내 사업을 철수하려 했지만 지난해부터 패널 값이 갑자기 상승하며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생산을 연장해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최근 진행한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TV용 LCD 캐파(CAPA·생산능력)는 기존에 비해 절반 줄어든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줄인 캐파는 IT용으로 상당 부분 전환을 완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국내 사업장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완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광저우 공장에서 LCD 패널 생산은 그대로 이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아산 사업장 8라인에서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더욱이 8라인 일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인 QD(퀀텀닷)-디스플레이 라인으로 전환해 현재 LCD 패널 캐파는 굉장히 줄어든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단 내년까지는 TV용 LCD 생산을 이어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CD 패널가 상승으로 원재료 값 부담을 느끼던 TV 제조사들은 숨통을 트게 됐다.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상반기 CE(소비자가전) 부문 디스플레이 패널 원재료 매입액은 4조5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LG전자(066570)의 상반기 TV용 디스플레이 매입액도 2조58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2%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선 물론 최근 LCD 패널 값이 정점을 찍었을 때보단 매출에 악영향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난해 초 대비 2배 가까운 가격을 유지 중”이라며 “더욱이 이미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TV용 LCD 패널 생산량이 많이 줄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TV 제조업체 입장에선 LCD TV 비중이 높기 때문에 원재료 부담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8월 하반월 LCD 패널가(자료=위츠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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