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10주기’ 한자리 모인 정치권, DJ 놓고 동상이몽

이정현 기자I 2019.08.18 17:21:11

김대중 10주기 추도식 18일 현충원서 거행
韓日갈등에 주목받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통합 강조한 ‘DJ정신’ 놓고 여·야 5당 다른 해석

문희상 국회의장이 18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여·야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및 정부관계자를 비롯한 5당 대표는 이날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DJ정신’을 언급하며 추모하면서도 현 정치상황을 고려해 다른 메시지를 냈다.

◇최악의 한일관계, 재조명 받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치권은 무역전쟁으로 번지는 등 악화하고 있는 한일관계를 의식해 김 전 대통령 재임 때인 1998년 오부치 일본 총리와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주목했다. 과거를 직시하고 양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던 것을 높이 평가하며 이를 통해 난국에 봉착한 양국관계를 회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양국의 미래비전을 제시했으나 안타깝게도 20여 년 만에 양국 관계는 큰 벽에 섰다”며 “한국과 일본은 과거 직시하며 미래지향적인 관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력이 강하고 국민의 저력은 더욱 강하다”며 “우리는 능동적이고 당당하게 어려움을 헤쳐나갈 것”이라 강조하며 한일관계의 회복을 바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김 전 대통령은) 대외정책에서도 한미동맹을 중심에 놓고, 이웃 나라들과의 우호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대통령님의 조화와 비례의 지혜는 더욱 소중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을 ‘위대한 역사’ ‘영원한 스승’ ‘따가운 채찍’이라 표현하며 정치적 자산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여·야 5당 ‘DJ정신’ 놓고 다른 해석

여·야 5당 대표들은 통합을 강조한 ‘김대중 정신’을 잇겠다면서도 현재의 정치상황을 고려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DJ 정치’를 이어받은 정통 후계임을 강조한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를 빗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을 ‘백세지사’라 표현했다. 후세에 이를 때까지 스승으로 모실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위대한 민주투사이자 정치가”라며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와 통합, 혁신과 번영의 길을 걸었던 김 전 대통령의 길을 민주당이 뒤 따라 걷겠다”고 다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언급하며 “정치보복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그러면서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외교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대한민국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인 지금 김 전 대통령의 지혜와 용기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크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DJP연합을 언급하며 “김 전 대통령은 상대를 배려하고 반대 세력의 요구에 따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진정한 협치의 달인”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연합정치가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가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바랐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최근의 분당 사태를 의식한 듯 ‘김대중 정신’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호남 정치의 후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거대한 산맥”이라며 “김 전 대통령께서는 오늘날까지 깨어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인생과 철학과 실천이 우리의 갈 길을 밝혀주고 계신다”고 애도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선거제 개편을 강조했다. 그는 추모사에서 “김 전 대통령이 주장한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개혁하는데 온몸을 바쳐 완수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문희상 국회의장(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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