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달러화 약세도 그렇지만, 과도한 달러화 강세도 글로벌 경제엔 부담이란 점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가운데 기업실적 악화 등 실물 경제까지 끌어내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달러화 강세..`당분간 이어진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급격하게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 가치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 `그래도 (기축통화인) 달러만한 안전자산이 없다`는 인식이 재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지난 4주간 약 6% 가량 뛰어오르면서 지난 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속속 나온다. 특히 달러화에 대적할 수 있을 만한 화폐인 유로화와 파운드화가 유럽의 재정위기 장기화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까지 달러화 하락을 점쳤던 전문가들 역시 분주히 전망을 바꾸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5월초 1.50달러를 기록했던 유로-달러 환율이 올해 말 1.30달러 선까지 밀릴 것(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내다봤다.
◇ `强달러`, 미국 경제 흔드나
과도한 달러화 강세는 미국 수출 기업의 실적을 저해할 수 있다. 이는 곧 기업들의 비용 및 인력감축을 불러올 수 있으며, 그 결과 경제성장 속도 둔화까지 촉발할 수 있다.
더글라스 클리고트 크레디트 스위스(CS) 스트래티지스트는 "지난 2분기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전년대비 16% 떨어졌으며 이는 같은 기간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을 19%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면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3분기 이후부터는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달러화 가치가 급등하기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하향한 1.5%로 1%포인트나 낮춘 바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 둔화 우려는 더욱 커진다.
◇ 이머징 시장도 직격타..달러캐리 청산 우려도
글로벌 금융시장도 달러화 강세에 따른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특히 그동안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왔던 이머징 경제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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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외국인 자본은 이미 이머징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의 통화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 경제.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터라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부담까지 높아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결국 가계 지출 감소로 이어져 소비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등 내수 위축을 불러올 수 있어 우려된다.
여기에 낮은 이자로 달러를 빌려 신흥국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역시 청산 압력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달러화 가치가 더 크게 오를 수도 있어 이머징 통화엔 폭탄이 될 수 있다.
클리고트는 "외환 시장은 경제상황이 괜찮은 시점에서는 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저성장 환경 속에서는 매우 큰 파급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