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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방송통신)'KT CEO란...'

박호식 기자I 2008.11.06 11:17:24

남중수 사장 수사설 나올때부터 새 CEO 하마평 무성
'통신 대표기업·특정 대주주없는 기업 CEO' 메리트
'수익 악화·경영 불안정' 양면성..십자가를 질 차기는?

[이데일리 박호식기자] 남중수 KT(030200) 사장에 대한 수사설이 나온 두달여전부터 이미 새로운 사장 후보에 대한 얘기가 무성했다. 그동안 통신업계에 이름이 알려진 중량급 인사는 대부분 하마평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전자업계나 방송업계 출신까지 합쳐 원하든 원치않든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만 10여명이 넘는다. 그중에는 스스로 강한 도전 의사를 보인 인사도 꽤 있었다고 전해진다.

한 기업의 CEO 후보가, 그것도 현직 CEO의 진퇴여부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이렇게 많이 거론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같은 현상은 KT가 어떤 회사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KT가 통신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가늠할 수 있고, 또 하나는 대주주가 없는 KT의 현실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KT의 지난해 매출은 11조9000억원이다. 라이벌인 SK텔레콤이 11조2000억원으로 바짝 뒤쫓고 있지만 여전히 KT는 통신업계 대표주자다. 좀 더 들어가면 KT가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진다.
 
KT의 시내전화 점유율은 90%다. 초고속인터넷은 45%를 점유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에서도 강력한 자회사인 KTF를 두고 경쟁업체인 SK텔레콤 50.5%에 이어 2위(31.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막강한 인프라로 인해 IPTV 등 방송시장에서도 강자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한국의 통신산업이 KT로 부터 시작됐다는 상징성까지 갖고 있다.

KT는 특정한 대주주가 없다. 2002년 민영화가 이뤄지면서 지분분산이 잘 이뤄졌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주체는 KT로, 자사주가 26%에 달한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3.5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개인 투자자들이 잘게 나눠 갖고 있다. 그래서 어느 기업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KT가 통신업계 리더이고, 확실한 대주주가 없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KT CEO에 도전하도록 한다. 대표기업을 경영해보고 싶은 의욕과 능력만 인정받으면 누구에게나 길이 열려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새로운 CEO를 공모할때면 대학생도 일반 소비자도 원서를 낼 정도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 이같은 KT의 특수성은 KT CEO에게 남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KT가 통신업계 매출 1위 기업이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주력사업인 시내전화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포화상태에 들어가면서 경쟁심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몸집이 무겁다보니 들어갈 비용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더디다. 여기에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어떤 사업자보다 '공익'을 위해 요구받는 일이 많다.
 
금융으로보면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인데, 통신이 규제산업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짊어진 짐은 버겁다.

남중수 사장이나 KT가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와 합병을 추진한데는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상황인식이 있었다.

특정 대주주가 없다는 점은 겉으로는 CEO가 자신의 능력을 한껏 펼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아직도 KT 내부에서는 "우리가 공기업인지 민영기업인지 헷갈릴때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외풍이 심하다는 얘기다. KT 한 임원은 "온갖 투서가 난무한다"며 "어느 경영진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새 CEO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 인사는 '내가 되면 외풍을 막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새로운 CEO 후보들이 대거 거론되는 상황을 보는 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통신업계 리더란 위상이나 대주주가 없는 기업의 CEO라는 한쪽면만 보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 KT 한 직원은 "정말 그렇다면 순진하거나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사장 구속이 결정되자마자 일부 정치권이나 단체들도 "낙하산 CEO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통신업계는 누가 이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KT CEO란 십자가를 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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