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후반의 서울 거주자 김한경씨는 지난 5월 초 처음으로 한국 주식에 손을 댔다가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는 “그때는 코스피 광풍의 시대였다. 완전히 열기에 휩쓸렸다”며 “지금은 솔직히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규칙을 마음에 새겼다고 했다. 첫째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 둘째는 첫 번째 규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5~6월 두 달 동안 코스피 주식을 78조원어치 사들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개혁 드라이브에 더해, 지난 5월 말 등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을 몇 배로 불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운 결과였다. 그러나 지난달 시장이 요동치면서 이들은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매매가 일시 정지되는 서킷브레이커는 지난달에만 네 차례 발동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좀처럼 쓰이지 않던 장치다.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투자 기회를 넓히고 해외 유사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겠다며 도입한 레버리지 ETF가 비판의 표적이 됐다. 아파트를 담보로 5000만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이정민(40)씨는 “정부가 그 레버리지 ETF로 불에 기름을 부었다”며 “주식시장을 카지노로 만든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는 지표가 보여준다. 코스피의 30일 변동성은 지난달 31일 97.13%까지 치솟아 199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점 이후 27거래일 동안의 하락률은 39%로, 같은 기간을 놓고 보면 2015년 상하이종합지수 폭락(22%)이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코스피(6%), 1989년 일본 닛케이 버블 붕괴(5%)보다 훨씬 가팔랐다.
시가총액 3조9000억달러(약 5639조원) 규모의 시장을 카지노에 빗대는 목소리도 나온다. 7년 넘게 주식을 거래해 온 김동우(33)씨는 “이 정도 변동성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위험을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높은 변동성은 한국 시장의 오랜 특징이었지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이 이들을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쪽으로 몰아갔다. 랄레 아코너 이토로 글로벌 시장 애널리스트는 “쏠린 거래가 레버리지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부채를 줄이는 과정이 며칠 만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간 기술주와 반도체주의 급등락을 각오해야 한다고 봤다.
당국은 지난달 중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일시 중단했고, 지난주에는 증시 안정 대책과 개인의 접근 제한 방안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뒤늦었다는 반응이 많다. 프랜시스 탄 인도수에즈 웰스매니지먼트 아시아 수석전략가는 “지금 상황은 정부에 상당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를 끌어올린 AI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 코스피는 이번 조정에도 올해 세계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시장 중 하나다. 그러나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데는 지수가 낙폭을 만회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회원 6만4000명을 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에 격노해 있다”며 “분노와 비판이 정점에 달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