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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사회(의장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7일 차기 대표이사(CEO)를 정할 예정인 가운데, 면접 대상인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Mass)총괄(외부공모 지원),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사내 후보자)의 면면이 관심이다.
이사회는 이들 중 한 명을 3월 말 주주총회에 CEO 후보로 추천하는데, 주주 가치 보호가 막판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KT를 흔들면서도 뒤에서 KT 주식을 대량매도한 국민연금에 느끼는 개미투자자들의 분노가 여론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 심사에선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분야에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KT 주가를 끌어올리는 리더십이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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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과 현직의 대결…DX 역량과 ESG 경영이 화두
후보자 모두 2019년 이사회에서 KT CEO를 뽑을 때 구현모 현 대표와 경쟁할 만큼, CEO감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박윤영 전 사장은 1962년생, 서울대 토목공학 석·박사 출신이다. 온화한 성품에다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MZ 세대 직원들에게 인기다. DX가 주로 기업간거래(B2B)에서 이뤄지나, 경력이 치중된 점은 단점이다.
임헌문 전 사장은 1960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학 박사 출신이다. 의리를 중시해 따르는 임직원들이 많고, 노조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미래 기술 쪽은 다소 밀린다는 평이다.
윤경림 사장은 1963년생, 서울대 경영학과, 카이스트(KAIST) 경영학 석사·경제학 박사다. 미디어, 미래융합사업, 글로벌 사업 등 경력이 다양하다. CJ, 현대차 등 외부경력은 내부 통솔에 단점으로 꼽힌다.
신수정 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학사, 석·박사를 받았다. 2년간 기업부문을 맡아 수천억 원의 매출로 키운 실력자다. 정보보호, 기업 사업에 치중된 경력은 단점이다.
업계 전문가는 “외풍으로 KT가 흔들리면서 주가가 급락해 차기 CEO는 DX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아 주주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잘 소통하면서 지배구조를 선진화하는 등 ESG 경영 강화도 면접에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연금 주식 대량 매도…분노한 개미들, 집단행동 가능성도
차기 CEO 후보가 결정된 뒤 3월 주총에서 표 대결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전략으로 최대 실적을 올린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음에도 여당과 정부 일각에선 KT를 압박해 국민연금이 반대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KT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지분율이 9.95%(1월 11일)에서 8.53%(2월 27일)로 크게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액주주들의 비판이 거세진 점은 변수다.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지배구조 문제 제기(지난해 12월 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한 구현모 대표 연임 제동(지난해 12월 28일) 등의 행위를 하면서도, 다른 손으론 KT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치운 사실이 드러났다. KT 주가는 3개월 새 25%나 폭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KT 주가를 무리하게 끌어내려 개미들만 피해 봤다. 주주 행동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주총 표 대결이 이뤄지면, 국민연금(8.53%) 외에도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도 정치권 입김으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8.29%)이고 현대차의 2대 주주(7.78%)다.
이리될 경우, 21.9%에 달하는 국민연금 주도 국내 기관 투자자에 맞설 해외 투자자나 소액주주들 표심이 중요하다. KT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43.61%(2월 9일 기준)에 달했지만, KT에 대한 전방위 압박 이후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다. 결국, 외국인을 포함한 소액주주들의 판단이 차기 CEO 선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작년 9월 현재 KT 소액주주는 57.36%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