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조 전 부총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 향년 94세.
1928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사관학교에서 영어를 강의했고 미국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1968년부터 1988년까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고인은 국내에서 ‘조순학파’라고 불릴 정도의 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74년 케인즈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교과서인 ‘경제학원론’을 펴냈다. 이 책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공저로 펴냈으며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 등이 개정판에 공동저자로 참여하면서 현재까지 경제학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고인은 육군사관학교 교관 시절 영어 제자로 노태우 대통령과 만난 인연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1988년 입각해 1990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을 지냈다. 1992년부터는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이후 1995년 첫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 돼 취임 직전 벌어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취임식을 현장에서 맞으며 첫 업무를 사고 수습부터 하는 등 ‘안전 서울’ 행정에 주력했다.
서울 시정을 이끌면서 1997년에는 제15대 대통령 선거 주자로 거론돼 9월 시장 사퇴 후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지만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대선을 완주하지 못했다. 이후 신한국당과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을 창당해 총재에 오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남희 씨(92)와 장남 기송, 준, 건, 승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 오전,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