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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다. 미국과 중국간 초유의 무역전쟁에 ‘수출 코리아’가 삐걱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은 많게는 우리 경제 성장의 3분의2를 책임질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이다. 보호무역 탓에 세계 교역량이 줄거나, 혹은 미국이 직접 무역을 압박해 온다면 모처럼 찾아온 경기 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어 보인다.
25일 국제무역연구원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율은 64.5%로 추정된다. 지난해 성장률 3.1% 중 2.0%포인트는 수출 호조 덕이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수출 기여율은 2012년(66.0%)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덕에 경제도 3년 만에 3%대 성장 가도를 달렸다.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높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63.9%(통계청)에 달했다. 미국의 무역의존도는 20.0% 정도였고, 일본과 중국의 경우 각각 25.4%, 33.3%를 기록했다.
높은 수출 의존도는 약(藥)이자 독(毒)이다. 연초부터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암운이 드리운 올해에 특히 그렇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중국·유럽간 무역 비용이 10% 증가할 경우 세계 경제 규모는 1.0~1.5%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위축은 수출 전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직접적인 압박도 부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무역 흑자는 229억달러 수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압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전체 수출의 12.0%(지난해 기준) 비중인 대미 수출은 당분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 제재의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반도체와 자동차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중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하다”며 “중국을 타깃으로 한 미국의 각종 반덤핑과세, 상계관세 등의 조치에 우리나라도 함께 해당되고 있다. 주요 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는다면,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도 악재를 맞을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수출 중 중국의 비중은 4분의1(24.8%)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참에 제조업 수출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내영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특정 산업과 미국·중국에 편중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과 의료, 교육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진흥시키는 식으로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 해외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내수 시장을 확대해 외부 충격에 강한 경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