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을 이유로 빠른 귀국이 어려움을 시사했지만, 사흘 만에 독일에서 영국으로 옮겨가 귀국길에 올랐다. 검찰의 소환 통보가 오기도 전에 이뤄진 발빠른 행보다.
이 때문에 최씨가 급거 귀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씨의 이같은 심경 변화에는 정권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게 크게 작용했지 않겠느냐는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취재진 피해 독일 아닌 영국서 입국
|
최씨는 26일(현지시각) 세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독일 하센주에 머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해도 최씨는 “현재 비행기를 탈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서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딸아이가 심경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 두고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지금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당장 귀국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도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나 최씨가 독일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이며 정신적 충격으로 건강이 매우 나쁜 상태여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최씨가 영국에서 인천공항행 비행기를 탄 시각은 29일 12시 49분(현지시각)이다. 입국이 어렵다고 밝힌 지 사흘만, 변호인이 빠른 입국이 어렵다고 밝힌 지 이틀만에 입장을 바꿔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그동안 덴마크에 있다느니 벨기에에 있다느니 온갖 소문 돌아서 독일에서 런던으로 가서 비행기 타고 왔다”며 “현지에서도 언론의 추격이 너무나도 극심해서 본인이 견디기 어려워서 독일에서 런던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급거 귀국 배경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급거 귀국이 검찰 소환 통보 때문인지, 자진출두를 위해서인지에 대해 묻자 이 변호사는 “현재로서 검찰에 제가 부탁을 드렸다”고 짧게 말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자 이 변호사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고영태, 최순실 차은택 줄줄이 귀국, 靑과 교감 있었나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전횡 의혹이 불거지자 해외로 도피한 최씨와 최씨 측근이 속속 입국하거나 입국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연루된 광고감독 차은택(47)씨도 중국에서 다음주쯤 귀국할 예정이다.
KBS는 지난 29일 중국으로 잠적했던 차씨가 “다음주쯤 귀국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여러 의혹을 설명하겠다”라며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최씨 입국 이틀 전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40)도 태국에서 귀국해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자진 출두했다. 최씨 개인 법인 더블루K를 운영해온 고씨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한다는 의혹 등을 최초로 외부에 알린 최씨 최측근이다.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 PC 개통자로 지목된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 또한 검찰이 부르기도 전에 스스로 찾아와 자신과 연루된 의혹에 대해 소명했다.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지난 28일 감사로 재직 중인 한국증권금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사흘전만 해도 귀국 의사가 없다던 최씨가 전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등 최순실 관련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이 앞다퉈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는 것은 청와대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걸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최씨는 최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검찰 수사팀과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 귀국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최씨를 이날 부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날 오후 2시에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에 관여하고 재단 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K스포츠재단 임원인 정동구, 정동춘, 정현식씨를 소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