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여의도 정가가 ‘예산전쟁’에 본격 돌입한다. 여야는 이번주부터 국회 각 상임위원회 별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시작한다. 총선 직전 심사인 만큼 의원 개개인간 ‘예산 챙기기’ 경쟁이 커질 전망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예산안 논의의 뇌관으로 꼽힌다. 역사교과서 예산을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은 정치적 이념적으로 더 커질 게 뻔하다.
◇국회 각 상임위, 19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 착수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각 상임위는 19일부터 일제히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 착수한다.
예비심사는 각 부처에 배정된 예산안의 적절성 여부를 각 상임위 차원에서 먼저 따져보는 절차다. 각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쳐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다시 종합 검토할 수 있다. 예결특위는 예산안 공청회를 오는 26일로 잡고 있다. 이후 28~30일 사흘간 정부를 상대로 종합정책질의를 열 계획이다.
이번 예산안 심사는 총선 직전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측면이 있다. 각 의원의 예산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회는 각 상임위 예비심사 때 정부원안보다 수조원씩 더 증액해달라고 요구하곤 한다. 특히 ‘눈에 보이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지역구 의원의 주 타깃이다.
정가 한 관계자는 “지역구 예산을 따내려는 노력만 해도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홍보꺼리로 삼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올해는 재정건전성 문제와 맞물려 정치적으로 부각될 소지도 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사상 처음 4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의원들의 무분별한 증액 요구가 예년만큼 여의치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정교과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교육부 예산 100억원가량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예비비(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 지출 등을 위해 미리 책정한 금액)를 끌어다쓰는 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치적 공방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역사교과서 공방이 과열돼 ‘이념전쟁’ ‘진영싸움’으로 번질 경우 예산안 뿐만 아니라 각종 입법도 멈출 것이란 우려도 벌써부터 나온다. 새정치연합이 전면적인 장외투쟁에 나서 국회가 ‘올스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이미 정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당사 브리핑에서 “야당이 법안과 예산안 심사에 역사교과서를 연계한다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야당은 이번에도 국회를 버리고 거리로 나가 야권연대를 통한 총선 승리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박수현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정부·여당은 친일 독재를 미화하는 국정교과서 발행을 위해 쓸 예산을 짜기에 앞서 민생과 복지를 위한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국정교과서 예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예산 연계 세법심사 관심…최경환표 개인계좌 등 주목
예산안과 연계된 세법 심사도 관심사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어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큰 폭의 변화는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재위 한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상도 예년처럼 정치적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오히려 ‘최경환표 만능통장’인 개인종합자산관리(ISA) 신설, 청년고용증대세제 신설, 일부 품목의 개별소비세 폐지 등이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정부정책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정부 들어 계속 추진됐던 종교인과세 법제화가 이번에는 성사될 수 있을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 관련기사 ◀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갑작스런 이념전쟁, 왜 지금인가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전환기 한국경제, 朴정부 시간이 없다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국가'는 없고 '지역'만 판치는 국회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힘없는 비례대표는 말이 없다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국가부도는 정말 '딴 나라' 얘기일까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정부실패보다 더 심각한 정치실패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공무원 철밥통도 불안한 시대
☞ [여의도 정책 다시보기]잊을 만하면 또, 그 이름 법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