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로 ‘3300원’ 저가 화장품 열풍을 최초로 이끌어냈던 서영필 에이블씨엔씨(078520) 회장이 창립 15주년을 맞아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작년 업계 3위까지 내려앉았던 미샤가 올해를 기점으로 반등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000원대 쿠션·가격 낮춘 리뉴얼 제품..잇단 출시
지난 달에는 파운데이션을 도장처럼 찍어바르는 쿠션 화장품을 내놓고 4000원대의 초저가로 판매하고 있다. 최소 2만~3만원대인 타 브랜드 제품과 비교했을 때 4분의 1이 안되는 가격이다. 매직 쿠션은 시중에 나온지 하루 반만에 초도 물량이 매진됐다.
미샤의 파격 행보는 부진한 경영 실적 때문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00년 초저가 화장품으로 업계 판도를 바꾼 후 로드샵 열풍을 이어왔다. 그러나 LG생활건강(051900)의 ‘더페이스샵’,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후발주자들이 밀려오자 미샤의 시장 점유율은 하향 곡선을 그렸고, 지난 2005년 더페이스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11년 ‘미투’ 제품으로 2012년 최고 매출(4523억원)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되찾았지만, 이후 다시 더페이스샵에 밀렸다. 지난해에는 이니스프리에게 2위 자리까지 내줬다. 지난해 에이블씨엔씨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난 67억원을 기록했다.
◇“체질 개선 작업 완료”vs“향후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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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샤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미 수많은 저가 브랜드들이 등장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지키며 시장을 선도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초저가 상품이 없었기 때문에 미샤가 신선할 수 있었지만 이젠 미샤 가격이 꽤 오른데다가 저가 화장품들이 많이 생겨 브랜드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해외 시장 개척도 순조롭지 않다. 올해 초 미샤 홍콩 번화가 매장은 판매대행사의 자금 사정으로 한국 본사와 협의도 없이 폐점한 바 있다.
미샤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정체기를 겪으며 내부 고민이 많았다”면서 “올해 공공연하게 선포한 내부 목표는 없지만 지난해 체질 개선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한 만큼 좀 다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