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화통토크]이석우 대표 "6년전 실패했던 美진출..모바일시장 체험 기회"

이유미 기자I 2013.08.05 11:08:56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가장 먼저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은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헤어지는 인사로 “전화해”나 “문자해”라고 했지만 이제는 “카톡해”가 대세다. 카카오는 ‘카톡문화’ 뿐 아니라 모바일게임의 문화도 바꿨다. 모바일시장에 새로운 문화를 불러온 카카오의 성공스토리를 듣기 위해 경기도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카카오 사무실에서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를 만났다.

[이데일리 권욱 기자]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美 진출 실패…카카오톡이 나오게 된 밑거름

누구나 실패를 하듯 카카오도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있다. 지난 2006년 설립된 카카오의 첫 이름은 아이위랩이었다. 당시에는 참여, 공유, 개방을 화두로 한 ‘웹2.0’이 유행이었다. 카카오도 이에 맞는 소셜 북마킹 서비스 ‘부루닷컴’을 만들었다. 친구들이 즐겨찾기한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 부루닷컴이 잘 될 거라고 보고 미국지사부터 설립했지만 행운은 따라주지 않았다. 과욕이었다.

그 다음 서비스가 ‘위지아닷컴’이었다.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서비스였지만 실패로 귀결됐다. 이 대표는 “우리 생각에는 획기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에 관심이 없었다”며 “우리가 놓쳤던 것이 바로 ‘타이밍’과 ‘이용자 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3년 동안 헛발질을 하고 미국진출도 실패했지만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이 대표는 “카카오는 미국에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정보기술(IT)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경험했다”며 “스마트폰은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올 때 카카오는 그동안의 서비스를 접고 모바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전에 개발했던 프로그래밍 코드를 모두 버리고 회사방향을 완전히 틀어야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대신 사용성이 높은 킬러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였다. 이용자들이 통신기기인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많이 사용할 서비스가 ‘소통’이라는 걸 간판할 것이다.

이 대표는 “2008년 미국에서 모바일메신저 ‘왓츠앱’이 잘되는 것을 보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신했다”며 “왓츠앱은 문자를 주고받는 텍스트 메시징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대화와 더불어 이모티콘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것에 착안해 이모티콘에도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왓츠앱보다 진화한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국내에는 ‘엠앤톡’이라는 또 다른 모바일메신저가 한달 먼저 나왔다. 카카오톡이 엠앤톡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대용량 정보를 처리해본 경험이 있는 고급엔지니어 덕분이었다. 카카오에는 엔씨소프트나 NHN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다뤄본 기술자가 있었다. 이 대표는 “이용자가 400만~500만 명을 넘으면서 카카오가 치고 나갔다”며 “메시징 앱은 만들기는 쉽지만 하루에 52억 건의 메시지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갖고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권욱 기자]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작가 지망생이 집에서도 모바일을 통해 책을 출판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는 말을 종종 이 대표에게 건넸다. 디지털콘텐츠 유통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는 여기서 시작됐다. 무료로 인식되는 디지털콘텐츠 제값받기에 나서 콘텐츠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도 있었다. 또 카카오의 게임플랫폼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카카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지 이용자수는 6월에 33만명에 불과할 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래밍 개발을 몰라도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카카오 저작툴이 걸림돌이었다. 이 대표는 “이미 나와 있는 좋은 콘텐츠를 카카오페이지 툴에 맞게 재가공하는 절차가 창작자 입장에선 번거롭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지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소셜을 잘 활용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이미 무료 콘텐츠 이용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이용자 등 카카오페이지의 부진 이유는 많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기준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된 벤처회사가 굳이 이러한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카카오니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상장사라면 수익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카카오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며 잘못된 콘텐츠 산업을 건전한 방향으로 끌고 가자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아직 큰 회사는 아니지만 모바일에 대한 이해력은 어느 회사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카카오페이지를 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9월에 새로 개편된 버전을 선보일 것”이라며 일축했다. 소셜기능을 활용한 확산 장치를 늘리고 결제방식도 다운로드 당 결제가 아니라 이용권 개념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벤처회사만의 해외전략 구상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대다수를 회원으로 확보한 카카오는 다시 해외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왓츠앱, 중국에는 ‘위챗’ 등 이미 해외에는 많은 모바일메신저가 있다. 모바일메신저가 자리 잡지 않은 국가에서는 네이버의 ‘라인’과 경쟁해야 한다. 카카오는 아직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지출할 처지가 아니다. 때문에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외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어렵기는 하겠지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 중 하나가 현지사정을 잘 아는 해외업체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일본에서는 야후재팬과 손을 잡고 지난 6월에는 말레이시아 SNS업체인 프렌스터와 제휴를 맺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모바일 시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오프라인 서비스가 웹으로 오는데 5년이 걸렸지만 웹에서 모바일로 오는 속도는 더 빠르다”며 “특히 사람들은 24시간 모바일을 손에서 놓지 않기 때문에 웹에서 하지 못했던 일도 모바일로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