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사회가 청년 실업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졸자들이 대기업 등 안정된 일자리를 지나치게 선호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할 바에야 무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에 머무르는 경향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 조사 자료를 인용, 올해 졸업 예정인 대학생들의 취직 비율이 80.5%로 역대 세 번째로 낮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의 신규 채용 규모는 조금씩 늘면서 전체 고용시장은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젊은층의 고용 확대로 직접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대졸자들의 뿌리깊은 대기업 선호 때문이란 지적이다. 일본 민간조사업체인 리쿠르트 워크 연구소에 따르면 3월에 졸업하는 대졸자에 대한 구인배율(구직자 수에 대한 구인수의 비율)은 대기업이 0.65배에 그쳤지만 중소기업은 3.35배로 집계됐다. 대기업 지향이 강한 청년층과 채용 의욕이 있는 중소기업 사이의 `미스매치`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졸업생 가운데 취업한 2명 중 1명은 취직을 안하거나 1~2년 내에 조기 퇴사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을 가지 못할 바에야 아예 취직을 안하거나 프리터(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각부 조사 결과 지난 2010년 봄 대학·전문대졸 취업자 56만9000명 가운데 이미 19만9000명이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취직을 안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사람도 14만명에 달했다. 여기에 중퇴자 6만7000명을 합산하면 대학·전문대 출신의 52%가 조기에 직장을 퇴직하거나 미취업 상태다.
일본에서 청년 실업 문제는 자산거품이 붕괴됐던 20년 전보다 더욱 심각하다. 자산거품이 붕괴됐던 지난 1990년대만 해도 1년 이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는 5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35.7%)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년 후인 2010년에는 25~34세의 젊은 연령층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은 것(26.2%)로 나타났다.
또한 자산거품 붕괴 당시 갓 대학을 졸업해 현재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프리터로 전전하는 35~44세는 2010년 기준 50만명으로 추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일정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쉽게 그만두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에선 지난 2002년부터 주입식 틀을 강요하는 타성을 타파하기 위해 `유토리(여유·융통성)교육`을 전면 도입했으나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학습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자 결국 2011년 이 제도를 완전히 폐지했다. 유토리 교육 탓에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는 젊은이들이 많이 양산된 것도 청년 실업난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제 및 노동계 대표들과 오는 6월까지 젊은층 취업을 지원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