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재웅 김국헌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이 마침내 수면위로 떠올랐다.
올해 M&A 시장 최대어인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후보군간의 양보 없는 싸움이 개막한 셈이다. 현재까지 인수자로 나선 기업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공교롭게도 모두 과거 현대그룹의 '자식'들이다. 그런만큼 모두들 대외적으로는 현대가(家)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가격이 가장 중요"..현대차그룹·현대그룹 '2파전' 될 듯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은 24일 현대건설 매각공고를 냈다. 매각 대상은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3887만9000주(34.88%)다.
채권단은 다음달 1일까지 입찰 참가 의향서(LOI)를 받은 뒤 오는 11월 12일까지 본입찰을 실시한다. 이후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가급적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가격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되, 인수자의 경영능력도 주요 항목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인수 의사를 표명한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을 제외한 제3의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둘을 제외한 제3의 기업이 진정성을 가지고 이번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채권단의 입장에선 현대건설 인수전을 흥행으로 이끌어야하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인수 의향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워낙 대어(大魚)다 보니 쉽사리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실탄 '넉넉'.."명분도 시너지도 우리가 최고"
그동안 굳게 입을 다물었던 현대차그룹이 결국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 했다. 다음달 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
현대차그룹은 수개월 전부터 내부적으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TFT를 구성하고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계열사인 HMC투자증권 등을 중심으로 인수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고 결국 지난 8월 골드만삭스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며 '예기치 않게' 현대건설 인수가 공식화됐다.
현대차그룹이 경쟁자인 현대그룹보다 단연 앞서는 것은 인수자금이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가격은 약 3조~4조원선. 탄탄한 자금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라면 엄두도 못낼 액수다.
지난 3월말 기준,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 4개사(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현대엠코)의 현금성자산은 약 3조7000억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예상 최대 금액인 4조원에 육박한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으로선 '무차입' 인수도 가능하다.
반면, 현대그룹의 경우 주요 계열사 3사(현대상선(011200), 현대엘리베이(017800)터, 현대로지엠)의 현금성 자산은 약 9839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이들 회사의 신용등급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에 비해 4단계나 낮은 상태여서 FI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인수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바로 이 점이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설령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제2의 금호아시아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즉,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명분과 시너지 측면에서도 현대차그룹이 앞선다는 평이다. 현대차그룹의 회장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그룹 장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차남이며 실질적으로 범 현대가(家)의 맏형 노릇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이 옛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는 것이 범 현대가(家)의 공감대다.
시너지 측면에서도 현대엠코가 빌딩, 공장, 도로, 항만 등 공사부문에 치중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가진 토목, 플랜트 부문과 연계, 다양한 건설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현대그룹 "자금 문제 없다..'인수의지'를 봐달라" '맞불'
이에 대항하는 현대그룹은 이미 지난 8월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상태다. 그만큼 현대건설 인수는 현대그룹에게 있어 절실한 상황이며 인수의지도 누구보다 강하다.
현대그룹은 지난 2001년 8월 유동성 위기로 현대건설을 채권단에게 넘겨준 이후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인수의지를 밝혀왔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5남인 고 정몽헌 회장에게 물려줬기 때문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당연하단 입장이다.
특히 매각 공고를 목전에 둔 지난 22일부터 TV광고로 "현대건설을 지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현대건설을 정몽헌 회장에게 승계했고, 고인은 사재 4400억원을 출연했단 점을 들어 현대건설의 소유권이 현대그룹에 있음을 강조했다.
대북사업과 현대건설이 따로 뗄 수 없는 연관성이 있단 점에서도 우세를 점치고 있다. 현대그룹은 "북한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수요가 있어, 대북사업이 정상화된다면 현대그룹은 개발에 우선적 지위에 서게 된다"며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등 주력 계열사와 시너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비롯된 채권단 제재를 가처분 소송으로 성공적으로 방어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에도 전혀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내부 자금 1조5000억원에 외부 차입금을 더해, 3조~4조원대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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