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수학여행의 추억’에 가려 ‘오래된’ 관광지라는 인식을 떨치기 어려운 경주. 그런 경주가 올 봄 변했다. 최근 보문단지 내에 현대식 물놀이 시설을 갖춘 ‘한화리조트경주 에톤콘도’와 ‘대명리조트경주’가 나란히 문을 열면서 ‘물놀이’가 경주 관광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두 리조트에 하루씩 머물며 장단점을 비교해봤다.
▲ "아빠, 문어가 총을 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어 미끄럼틀(왼쪽) - "언니, 우리 풀에 같이 들어간게 얼마만이지?" 가족풀에서 피로를 녹이고 있는 자매
>> 입체형 vs. 평면형
두 리조트 모두 물놀이 시설이 대형은 아니다. 큰 스케일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 한화경주의 ‘스프링돔’은 3000평으로 ‘한화설악워터피아’(1만평)의 3분의 1 정도 크기고, 대명경주 ‘아쿠아월드’는 1400평으로 대명설악(1500평)보다 조금 작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온천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질은 좋은 편.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도 거의 안 난다. 커플보다는 가족단위가 주 고객. ‘몸매’ 걱정은 붙들어놓으시라. 비키니를 입으면 시선 집중될지도.
한화 스프링돔은 독일 온천테마파크인 ‘비타팍’을 벤치마킹해 입체적으로 설계했다. 시설 하나하나 신라 전설을 테마로 만들어 아이들 교육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박혁거세 탄생알을 형상화한 스파 ‘나정’과 포석정을 본떠 만든 유수풀 ‘화랑대’, 문무와 수중릉을 형상한 야외스파 ‘이견대’ 등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감상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아이들에게는 귀엽게 생긴 문어모양 미끄럼틀과 개구리 미끄럼틀이 최고 인기. 단, 계단이 많아 유아와 함께 이동할 때는 조심할 것. 입장료 주말 대인 2만3500원, 소인(5세~초등학생) 1만7500원, 4세 이하 무료. 투숙객은 20% 할인. 5월 한달 동안은 특별할인요금 적용 대인 1만2000원, 소인 9000원.
▲ [대명경주] 아이들이 물대포를 쏘며 놀 수 있는 '아쿠아플레이존'
대명 아쿠아월드는 평면으로 설계돼 있어 단조롭고 일반 수영장 분위기가 많이 난다. 전반적으로 아이를 위한 공간보다는 어른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목, 전신 등 부위별로 뻐근함을 풀 수 있는 ‘워터 마사지’ 설비와 장미탕, 솔향탕 같은 아로마탕 등이 곳곳에 있어 어른을 위한 ‘웰빙풀’ 이미지가 강하다. 야외풀에서는 보문호의 전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물대포 놀이를 할 수 있는 ‘아쿠아플레이존’과 회전 그네와 소형 미끄럼틀이 있는 유아풀을 제외하고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다양하지는 않은 게 아쉽다. 가족이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가족풀’은 비싸지만(30분 1만원) 색다른 경험. 입장료는 비수기 주말 대인 2만5000원, 소인(4~13세) 2만원. 회원은 각각 1만7500원, 1만4000원.
수영용품 대여료는 대명이 조금 싼 편. 대명은 수영복 4000원, 수모 1000원, 비치타월 2000원. 한화는 수영복 4000원(보증금 4000원 추가), 수모 1500원(보증금 1500원), 비치타월 4000원(보증금 4000원).
풀장 내 스낵바는 한화가 메뉴, 가격 면에서 낫다. 대명은 샌드위치나 햄버거류가 없고, 4000원짜리 ‘우동면발’ 자장면은 ‘절대 비추’.
▲ [한화경주] 문화재해설사와 함께 하는 무료 역사투어.
>> ‘교육+레저’ 테마형 리조트 vs. 웰빙 리조트
한화경주는 단순한 숙박공간이 아니라 천년 고도 경주의 역사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교육레저공간’을 표방한다. PO(program organizer·전문놀이도우미)들이 무료로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가르쳐주고, 마술 시연도 한다. 신라문화원과 공동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 4~6시 무료로 실시하는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아이가 있다면 꼭 참가해볼 것. 문화재해설사와 함께 인근 양동마을, 황룡사지 등 유적을 둘러보고, ‘역사 OX퀴즈’도 열어 유익하다. 현장에서 휴지줍기 같은 자원봉사를 해서 돌아오면 ‘봉사증’을 발급해 준다. 신라 할아버지로 분장한 해설사가 그림자 연극으로 설화를 들려주는 ‘옛날옛적 신라이야기’ 프로(무료)도 들을 만하다.
대명경주는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대신 보문호를 끼고 있어 휴식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숙소다. 마루에서 누워 멍하니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몇 시간 동안 ‘시체놀이’만 해도 절로 피로가 풀리는 기분. 호텔 바로 앞 보문호를 따라 나있는 산책길을 따라 호젓하게 걷는 여유도 누려볼 것. 호텔 앞과 옆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주변 관광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 객실내부.. 한화경주(왼쪽) - 대명경주(오른쪽)
>> 마트는 대명 vs. 식당은 한화
대명은 직영 마트를 운영하지만, 한화는 패밀리마트가 입점해있다. 가격은 대명이 싼 편. 참외의 경우 대명은 2개 3500~3800원 선이었지만, 한화는 4500원선. 대명마트는 반조리식품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삼겹살, 목살 등 육류를 팔아 숙소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한화는 냄새 때문에 육류를 팔지 않는다. 한화에 있는 국내 최초 콘도 뷔페 ‘아사달’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맛으로 기대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