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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우먼 파워 시대

이의철 기자I 2003.05.27 12:08:40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지난 주말 미국의 TV채널을 뜨겁게 달구었던 화제는 단연 여성 골퍼 애니카 소렌스탐(33)이었다. LPGA 랭킹 1위인 소렌스탐이 여성으로선 58년만에 처음으로 PGA라운드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 골프 자체가 갖는 매력에다가 성(性)대결이란 흥미가 더해지면서 방송사들의 카메라는 온통 소렌스탐에 쏠렸다. 결과는 예선 통과 실패였지만 소렌스탐은 출전만으로도 각종 화제를 뿌렸다. 그녀가 출전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콜로니얼이 PGA 1라운드 시청률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가 하면 CNN과 CNBC 등 뉴스 채널들도 1, 2라운드 내내 애니카의 스코어를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증권전문 채널에서도 지수 변화와 함께 소렌스탐의 매 홀당 성적을 중계했다. 또 정규뉴스 중간중간에 특별 대담프로를 만들어 소렌스탐의 예선통과 가능성을 분석하는 등 그야말로 난리법석을 떨었다. 결과는 1, 2 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5타로 출전선수 111명중 공동 96위. 스포츠전문 채널인 ESPN은 소렌스탐의 예선통과가 좌절된 직후 "소렌스탐의 성적은 여성도 남자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인가, 아니면 여성들이 남성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소렌스탐이 본선 진출에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기자의 능력밖이다. 그러나 모든 도전이 그렇듯 소렌스탐의 도전도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다. 미국내 골프장중에선 오거스타내셔널 클럽과 같이 여성들의 회원가입을 아예 불허하는 곳도 있지만 그것은 마지막 저항(?)일 뿐 이미 성(性)과 관련된 장벽은 거의 허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참여는 더 이상 새로울 것조차 없는 이슈다. 오히려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거나 여성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곳(오거스타 내셔널클럽과 같이)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보수적인 기업조직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임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최근호에서 기업내 여성 고위직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조직내에서 여성들의 승진이나 보직 배정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했던 이른바 "유리 장벽(glass ceiling)"이 점차 엷어져가고 있다는 것. 물론 기업내 성차별 관행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내 여성인력들의 고위직 진출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배런스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미국내 500대기업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중 여성들의 비중은 전체 임원중 13분의 1이다. 기업내 남성과 여성의 성비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불과 8년전인 지난 95년의 40분의 1에 비해선 엄청나게 높아졌다. 미국내 500대 기업중 여성 CEO는 지난 95년 단 한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명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고위직 간부중 여성의 비중은 오는 2010년엔 7명중 한명, 오는 2020년엔 5명중 한명이 될 것이라는 게 배런스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내 명문 MBA과정에서 수학중인 여성들의 비중은 30% 정도다. 1년6개월 정도 남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강력한 우먼 파워가 복병으로 있다.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조셉 리버만(코네티컷)상원의원 등 8명의 군소후보들이 후보지명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 8명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관심이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 한명에게 쏠려있다. 8년간의 퍼스트 레이디 시절을 담은 그녀의 회고록 "살아있는 역사"는 논픽션 사상 처음으로 초판 100만부를 발간키로 했으며 내달 초부터 시판된다. 힐러리는 남편 클린턴의 러닝 메이트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을 의식해 내년 대통령선거엔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정작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소속 8명의 군소후보들은 힐러리가 결심만 한다면 후보 지명전을 양보하겠다는 입장이다.힐러리의 인기와 폭발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뉴욕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 대결에선 힐러리가 부시 현 대통령을 누르기도 했다. 부시의 선거운동본부가 출마선언을 하지도 않은 힐러리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굳이 내년은 아니더라도 오는 2008년엔 대통령 후보로서의 힐러리 얼굴을 다시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남성들도 직장에서 여성 상사를 모시는 것에 보다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앞으론 이같은 현상이 일반화 될 테니 말이다. 미국에선 여성 CEO는 물론 여성 대통령이 현실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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