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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공간에서 알리는 미디어로…‘매장’의 새 역할[0과 1로 보는 부동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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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I 2026.10.24 07: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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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이 SNS 확산·구매로…오프라인의 힘
외국인 소비 증가세…임대료도 광고·홍보 관점으로
글로벌 브랜드 실험 무대 된 서울
상권에 맞는 경험 설계가 경쟁력으로

[정윤선 알스퀘어 리테일본부장] 매장 임대료는 오랫동안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지불하는 공간 비용이었다. 좋은 자리에 매장을 열고 고객을 모아 매출을 올리는 것이 기본적인 운영 방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핵심 상권에 진출한 브랜드들은 매장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브랜드의 철학과 상품을 경험하는 공간이자 그 경험을 외부로 확산하는 미디어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진=챗GPT로 생성)
(사진=챗GPT로 생성)
이러한 변화는 임대료를 판단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기업은 매장 비용을 광고·홍보 관점에서 검토하고 관련 예산을 활용하기도 한다.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뿐 아니라 방문객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와 그 확산 효과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 흐름을 이끄는 주요 수요층은 외국인이다. 성수와 명동 등에서는 외국인 방문과 소비가 늘면서 브랜드의 출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방문객 증가세보다 소비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문객 수뿐 아니라 이들이 어떤 공간을 찾고, 무엇을 경험하며 지갑을 여는지 살펴봐야 한다.

브랜드가 공들여 만든 공간은 그 자체로 방문 목적이 된다. 고객은 매장에서 상품을 살펴보고 체험한 뒤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린다. 이를 본 사람들이 매장을 찾고, 새로운 방문이 구매와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진다. 매장 경험과 온라인 확산, 고객 유입과 매출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여러 지역에 비슷한 매장을 늘리는 대신 핵심 입지의 한 매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공간을 꾸미고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고객에게 선보일 콘텐츠를 강화한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경험이 브랜드를 알리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성수 베리시의 추가 출점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기존 매장의 성과를 확인한 뒤 새 매장에 카페와 다른 상품군, 체험 요소를 담았다. 시즌별 콘텐츠와 프라이빗 피팅 공간도 마련했다. 기존 매장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안해 고객이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든 것이다.

같은 상권에서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전략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가까운 곳에 매장을 추가하면 기존 매장의 매출이 분산될 수 있다. 그러나 수요가 충분한 상권에서 매장마다 역할을 달리하면 더 많은 고객을 수용하고 브랜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한남에서 카페를 비롯해 여러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는 마르디가 그 사례다.

팝업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성수에서는 판매형 팝업과 뷰티 분야 팝업이 늘고 있다. 체험과 화제성 확보에 더해 실제 구매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팝업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전체 팝업 중 성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달라지고 있다. 성수의 비중이 줄더라도 개최 건수가 감소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역별 비중과 실제 개최 건수를 구분하고, 팝업의 콘텐츠와 운영 목적이 어떻게 바뀌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미디어가 된 매장…‘맥락’이 필요하다

글로벌 브랜드들도 서울을 새로운 경험을 시험하는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청담의 기존 거점을 유지하면서 성수 등에서 팝업과 체험 공간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화제성을 만들고 고객 반응을 확인하며, 온라인으로 브랜드 경험을 확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화제가 되는 공간을 만든다고 어느 상권에서나 같은 성과를 얻을 수는 없다.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해당 지역을 찾는 고객의 특성이 맞아야 한다. 도산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존재감이 크고, 한남은 부티크와 상대적으로 높은 객단가의 소비를 겨냥한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다. 명동과 성수는 보다 폭넓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상권이다.

상권 안에서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도 중요하다. 식사와 쇼핑, 뷰티·의료 서비스 등 여러 목적을 한 번의 방문으로 충족할 수 있으면 고객이 더 오래 머물고 소비를 늘릴 가능성도 커진다. 개별 매장의 콘텐츠와 주변 상권의 다양한 시설·서비스가 함께 작동하는 셈이다.

핵심 상권의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을 감수하려면 그에 맞는 근거가 필요하다. 매장을 미디어로 본다는 설명이 비용을 정당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고객이 방문할 이유가 있는지, 기존 매장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지, 그 경험이 콘텐츠 확산과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은 상품을 판매하는 데서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데까지 넓어지고 있다.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고객이 직접 경험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을 공간에 담는 일이다. 매장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 브랜드가 투자해야 할 대상은 결국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경험이다.

정윤선 알스퀘어 리테일본부장. (사진=알스퀘어)
정윤선 알스퀘어 리테일본부장. (사진=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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