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모즈타바 최고지도자 공식화…신정 체제 지속 시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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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기자I 2026.03.09 06:57:42

은둔했지만 핵심 기관 장악 ‘비선실세’
‘저항의 상징’이냐 ‘분열 극대화’냐
일각에선 어느 정도 개혁 가능성 전망
트럼프 “美승인 없으면 오래 못 버텨” 경고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이란 차기 최고지도자로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됐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을 지속적으로 타격하는 상황 속에서도 강경한 신정 체제를 지속하겠다는 저항의 뜻으로 풀이된다.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 (사진=네팔 국제협력연구소)
9일(현지시간) 이란 전문가회의는 이란 국영매체를 통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란의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모즈타바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임무를 맡은 88명의 성직자들로 구성된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를 통해 선출됐다. 이들은 모즈타바가 하메네이의 유산을 이어갈 적절한 종교적·정치적 지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가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선출한 것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슬람 혁명을 이끈 초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6월3일 사망하자 이튿날인 6월 4일 전문가회의가 소집되고 단 몇 시간 만에 하메네이를 최고 지도자로 세운 바 있다.

올해 56세인 모즈타바는 아버지인 하메네이의 강경 보수·반서방 노선을 계승하는 인물이다. 그는 하메네이 생전 이란 정권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았으며, 공개 발언이나 공식 석상 등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란 정권 핵심 세력인 이란 혁명수비대(IGRC)와 정보기관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선출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이란 정권은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세습 군주제를 무너뜨리며 집권해 가족 권력 승계에 부정적이었다. 모즈타바 선출은 이란 이슬람 혁명의 명분과 정면 충돌하는 셈이다.

하메네이 역시 생전 가까운 측근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후계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지도자 직위가 세습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것은 이란 권력 핵심 집단, 즉 고위 성직자들과 혁명수비대, 그리고 국가안보회의 의장 알리 라리자니 같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전쟁과 위기 상황 속에서 결속했음을 보여준다.

이란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모즈타바 선출은 놀라운 선택이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문가회의가 모즈타바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의 아버지와의 연속성을 의미하며 동시에 알려진 것 보다 다른 후보들보다 더 빠르게 권력을 통합하고 체제를 장악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란 권력 핵심 집단, 즉 고위 성직자들과 혁명수비대,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같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이번 사태로 결속했음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전문가회의는 하메네이 사망 이후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을 논의해왔는데, 이를 겨냥해 이스라엘은 시아파 이슬람의 주요 중심지 가운데 하나인 곰 지역의 건물을 공습하기도 했다. 그곳은 전통적으로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투표가 이루어지던 장소였다. 성직자들은 보안상의 이유로 화상회의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해 당시 건물은 비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NYT에 따르면 회의 과정에서 다수의 고위 성직자들이 모즈타바 임명을 주장했다. 모즈타바가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이란을 이끌기 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성직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하메네이가 사망한 만큼 그의 아들을 선택하는 것이 그의 유산을 기리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메흐디 라흐마티 이란 정치 분석가는 NYT에 “모즈타바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며 “그는 이미 국가의 안보와 군사 체계를 운영하고 조율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시에 모즈타바 선출이 이미 깊게 분열된 이란 사회를 더욱 양극화시킬 위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 가운데 일부는 이 결정에 강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고 상당한 반발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모즈타바가 아버지와 달리 어느 정도 개혁적인 방향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는 더 젊고 현실주의적인 성직자 세대에 속하며, 그의 가문적 배경 때문에 강경파나 보수파 내부에서도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즈타바와 가까운 정치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NYT에 만약 그가 실제로 최고지도자가 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과 비슷한 스타일의 지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그일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그런 시도를 한다면 지배 엘리트와 보수 세력의 강한 반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ABC뉴스에서 자신의 승인을 받지 않은 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5년 뒤에 (미국) 사람들이 (이란으로) 돌아와 같은 일을 또 해야 하거나, 더 나쁘게는 그들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 두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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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스라엘, 이란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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