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베네수…美, 전자전기·공중급유기까지 배치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이 카리브해 지역에 지상 정밀타격이 가능한 군사 전력을 추가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선 타격과 유조선 압류에 이어 베네수엘라 방공망·전력·지휘통제 시설을 직접 겨냥한 전력 배치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12월11일(현지시간) 푸에르토리코 세이바에 위치한 옛 루스벨트 로즈 해군기지에서 미 공군 소속 록히드마틴 HC-130J ‘컴뱃 킹 II’ 항공기가 포착됐다.(사진=AFP)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항공기 추적 데이터 등을 분석해 미군이 최근 카리브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F-35A 스텔스 전투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HH-60W 구조 헬기, HC-130J 구조 항공기 등을 추가 배치했다고 전했다. 또 카리브해 안보 파트너로 부상한 도미니카공화국에는 폭격기·전투기에 공중 급유가 가능한 급유기를 이동시켰다.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군사 전력 추가 배치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제 전투 작전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수개월에 걸쳐 이 지역으로 대규모 전력을 이동시키는 중이다. 여기에는 군함 11척, MQ-9 리퍼 무인기, F-35B 전투기, P-8 포세이돈 정찰기 등이 포함된다. 지난달 세계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이 도착하면서 공습에 투입될 수 있는 항공기 수십 대도 추가됐다.

미첼 항공우주연구소의 연구·조사 책임자이자 전직 전투기 조종사인 헤더 페니는 “이번에 투입되는 전력과 능력의 핵심은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밀하고 은밀한 타격을 수행하도록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 전력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전장을 개방하고 미군의 위험을 최소화한 정밀 타격을 가능하게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수색·구조팀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지상 목표물에 대한 제한적 공습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 경우 먼저 사이버 작전과 위성 교란을 통해 베네수엘라군이 러시아산 방공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계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분석가들은 전장을 준비하기 위한 이러한 조치가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전자전 이후에는 스텔스 F-35 전투기를 1차로 투입해 베네수엘라의 방공망과 지휘통제 시설, 전력 인프라를 파괴할 수 있다. 최근 도미니카공화국에 배치된 급유기들은 이들 항공기가 베네수엘라로 왕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카리브해에 배치된 군함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미사일도 사용될 수 있다.

이후 단계에서는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한 ‘공격 패키지’가 순차적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적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그라울러 전자전기가 핵심 역할을 하며, 임무에 따라 다른 전투기와 폭격기가 동반 비행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도 미군의 공습 가능성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베네수엘라 당국이 항만 관계자들에게 미군의 공습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선박 운항도 사실상 멈춰섰다. 지난 19일에는 최소 12척의 컨테이너선과 유조선이 접안을 앞두고 항로를 되돌렸다. 또 베네수엘라 발렌시아 공항은 활주로와 저장 시설 인근에 대공포를 배치하고, 최근 2주간 항공편의 80% 이상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흔들 카드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봉쇄 작전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일 베네수엘라 대형 유조선을 압류한 데 이어 제재 대상에 오른 원유 운반선을 추가로 나포할 계획이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원유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미군이 유조선을 집중 겨냥할 경우 베네수엘라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전 베네수엘라 차관인 에바난 로메로는 “원유 차단은 사실상 (마두로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