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은 해외 계열사를 통해 약 7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사태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금조달계획도 부족해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정산대금 지급규모가 가늠조차 되지 않아 빠르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막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우선 지급보증보험이나 정부의 정책자금을 활용해서 피해를 막고 이후 긴급한 순서대로 정산을 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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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 측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다음 달 중 5000만달러(약 700억원)을 해외 계열사 ‘위시’(Wish+)를 통해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위시는 북미 지역에 근거를 둔 이커머스로 큐텐이 지난 2월 23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현재 티메프는 자본잠식 상태로 미정산금 지급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해외 자금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큐텐이 이 자금을 끌어와도 사태를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약 17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위메프 입점 판매사 195개사(565억원)과 티몬 750개사(1097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이는 지난 5월 판매대금 미정산금만 추정한 금액이다. 앞으로 도래할 6~7월 미정산분이 추가되면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5000억원을 투입해도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자 정산금은 3개월 후 정산일에 지급하는데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곳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미정산 사태로 티메프의 소위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져 정산을 위해 필요한 금액만 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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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큐텐의 자체 해결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 대표가 직접 나서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사태는 구 대표의 안일하고 연이은 인수합병(M&A)에 따른 결과”라며 “앞으로 700억원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건지 구체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진정성을 보여 소비자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와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티메프 사태 해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급키로 가닥을 잡고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경제단체는 자체적으로 피해상황을 파악 후 정부에 대한 지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29일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TF’ 2차 회의를 연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30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갖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해 대책 마련 상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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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해결의 키를 쥔 구 대표의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큐텐에 따르면 현재 구 대표는 사태 해결을 위해 입국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하지만 한 번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오히려 지난 27일 긴급하게 이사회를 열어 큐익스프레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대중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구 대표는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그는 지난 27일 이데일리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면서 위기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며 “자금확보와 수습책 마련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당분간 양해해달라”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큐텐이 도산할 경우 중소 판매업체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 현재 티메프의 판매자 등 파트너사는 6만개에 이른다. 이들은 쿠팡, 11번가 등 타 이머커스에 동시 입점한 이들도 많다. 앞으로 이커머스 업계, 판매자에 물건을 납품한 제조업체, 대출금을 상환 받아야 하는 금융기관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이는 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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