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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민주당과 이를 막으려는 한국당 사이의 폭행·감금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뒤 양측이 서로 고소·고발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애초 법조계와 정치권은 혐의 규명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충돌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등 다수의 증거물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여야 의원들이 정치활동 등을 이유로 기일변경과 불출석을 반복하면서 일정은 수시로 지연됐다.
실제 남부지법 형사합의 12부가 심리하는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공판은 지난 7월 24일 이후 6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21차 공판이 진행된 뒤 3차례 기일변경이 이뤄진 탓이다. 한국당 역시 공판이 한두 달 간격으로 열리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공판 때마다 증인신문이 이뤄지는 상황도 재판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안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당에서 꽤 오랫동안 당사자(피고인)들 불러모아 진행 상황을 공유받아 왔고 결론이 나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면서도 “(재판부로서는) 정치인들이 많이 연루되어 있고 국민적 관심도 높아 조심스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사이 기소된 여야 관련자 38명 가운데 다수는 오는 4월 10일 제22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21대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 등 21대 총선 낙선자들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마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발(發) 사법 리스크는 20~22대 국회에 걸쳐 지속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어떤 재판이든 3년 이상 이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다”며 “재판이 재판답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공소 취소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여야가 모두 묶여 있어 그것도 쉽지 않다”며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몇 년 더 끌다가 흐지부지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