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해안건축과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총회 무효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양측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소송을 낸 해안건축 등은 공모지침을 위반한 희림건축을 선정한 것이므로 절차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조합 측은 정비사업법에서 정한 절차를 정당하게 밟아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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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소송에서 지면 총회 결과는 무효가 된다. 설계자를 새로 선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탈락한 해안건축을 선정하든 새로 설계자를 공모하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속도가 관건인 재건축에서 시간은 최우선으로 줄여야 하는 비용으로 꼽힌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허가권을 쥔 서울시를 이기기는 역부족이다. 서울시는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설계자 선공을 위한 공고를 다시 진행하라”고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 입장은 확고하다. 희림건축 설계안으로는 재건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남 지역의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 시는 이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협조하고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동반자”라고 했다.
서울시는 조합에 더 공격적인 조처를 내놓았다. 지난 24일 조합을 조사한 결과 시정명령과 수사의뢰 등 행정 처분을 내린 것이다. 해안건축과 가처분 소송 심문이 이뤄진 바로 이튿날이었다. 조합에 이견을 가진 조합원이 늘면서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도 전해진다. 최근 3구역 조합원이 서울시에 정비사업 진행 여부를 질의한 결과 ‘시정요청을 무시한 선정 결과를 인정할 수 없음’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일부 조합원은 조합이 이런 상황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을 묻고자 법적 대응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압구정 3구역의 정비사업이 최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게 정비업계 전망이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하는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은 2~5구역까지 4개로 구분된다. 시는 각각의 정비사업을 동시가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철거에 따른 멸실 발생을 줄여 주택 매매와 전셋값에 주는 영향을 줄이려는 차원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로서도 이왕 설계자 선정 절차가 틀어진 3구역보다 나머지(2, 4, 5) 구역 정비사업부터 추진하는 게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