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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간 4차례의 민관협의회를 통해 강제징용 해법을 모색한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 연 `일본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마지막으로 의견 수렴 절차를 마무리한 뒤 이른 시일 내 배상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제3자에게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방안을 공식 해법으로 제시했다. 행정안전부 산하 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배상 책임이 있는 전범 기업들의 참여를 배제한 정부 해법에 피해자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관건은 △일본 정부의 사죄 △전범 기업들의 배상 기금 참여 등에 있으나, 전망은 부정적이다. 오죽하면 공개토론회에서도 ‘일본의 사죄와 기금 참여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올 정도다. 최종안이 아니라며 한발 물러선 정부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배상 책임과 전혀 관계없는 양심적인 기업은 참여할 수 있으나, 정작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잘못을 인정할 꼴이 되기 때문에 참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선 “피해자들의 동의가 전혀 없는 방안을 밀어붙인다면 피해자들의 인권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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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력 도발을 이유로 일본이 `반격능력 보유`를 추진하는 것도 한일 관계 개선에 있어 큰 장애물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이른바 `3대 안보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 ‘반격능력 보유’를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무력 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에 명확한 위험이 발생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 등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2차 대전 패배 이후 평화헌법에 따라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군사력만 보유하기로 한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반격능력 보유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쐐기를 박았다.
우리로선 군국주의를 강화하는 일본의 결정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일본이 반격능력 보유를 계기로 향후 군비확충에 나설 경우,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은 더욱 요원해 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이 같은 결정은 `핵무력 법제화`에 나서며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오는 17일 열리는 올해 첫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이 핵무력을 비롯한 강경 메시지를 낼 경우, 한미일 공조강화를 명분으로 한일 관계 개선의 압박은 더 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