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셀트리온(068270)이 6개월 만에 다시 격랑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셀트리온 창업자인 서정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기업가치와 무관한 주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열어 서 회장과 주가조작에 가담한 박형준 전 애플투자증권 사장, 김형기 셀트리온 부사장이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고 보고 이번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증선위는 서 회장이 실적 논란으로 셀트리온 주가가 떨어지자 박 전 사장 등과 공모해 지난 2011년 5월부터 올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시세조종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시세조종에 의한 차익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김인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주식담보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자가 반대매매할 가능성이 커 추가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이에 대해 증선위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서 회장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은 앞으로 검찰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은 ‘램시마’ 수출을 앞두고 온전히 사업에 집중해도 모자란 시기에 거대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튀어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는 만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찰 통보까지 가는 최악의 결과는 피할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가 많았던 터라 실망 매물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증선위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셀트리온은 6% 가까운 급등세를 기록했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당황한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셀트리온 주가에 경영권 매각 기대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도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꼽혔다. 지분 매각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가 구속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셀트리온이 램시마를 개발하기 까지 서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 주가 변동성이 커졌을 때 안전판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가치와 무관한 외부 변수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 상장사는 주가 안정을 위해 통상 자사주를 매입한다. 하지만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를 받는 셀트리온이 주가 안정을 유도할 만한 카드는 많지 않다.
외국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이 올해 말 이머징 마켓과 내년 유럽 등지에서의 판매를 시작한다 해도 검찰 조사 결과가 나울 때까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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