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22일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방세인 취득세를 50% 내렸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지방재정을 왜 건드렸냐는 원망 섞인 목소리가 거세다.
이런 점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사상 최초로 줄어드는 지방세수를 전액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도 지자체들의 반발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수보전 시기가 내년으로 올해 줄어드는 세수는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든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중앙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만으로도 기존의 틀을 벗어난 것이다.
◇ 지자체, 정책 일방통행에 뿔났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거래세를 인하해왔다. 이번 3.22대책이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양도세(국세)는 놔두고 취득세(지방세)만 내렸다는 점이다. 이렇게 취득세만 내리자 지자체에서는 `왜 국세인 양도세는 인하하지 않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실상 양도세는 면제하지 않는 한 다른 대안이 없었다. 다주택 중과제도(2주택 50%, 3주택 이상 60%)가 이미 일반세율로 인하돼 시행(2012년말까지)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었던 것. 다주택 중과제도를 영구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철됐다고 해도 기존과 달라지는 부분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지방세인 취득세를 내리면서도 중앙정부가 어떠한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불만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정책은 지방이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발이 거센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정책을 펼 때 좀 더 지방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효과가 없었던 취득세 인하를 또 다시 꺼내든 것도 문제가 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9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가 4%에서 2%로 이미 인하돼 시행되고 있는데 3~4개월 반짝 거래가 증가했을 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취득세 인하가 2~3조원의 지방세수만 축내게 될 것이란 비판이다.
◇ 정부 "부족한 세수 주겠다는데도 왜 반발?"
행안부, 기획재정부는 24일 지자체와 긴급회의를 갖고 취득세 세수보전 방법 및 감면시기 등을 논의했다. 중앙정부가 세수보전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반발하는 지자체를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자체의 예민한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어떤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정책수단을 동원하는데 여기서 중앙정부, 지방정부의 구분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세수를 보전하겠다고 했는데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주택거래 활성화 등 정책목표가 달성되면 지방세가 늘어나든 국세가 늘어나든 지자체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세가 늘어나면 지방으로 이전되는 지방교부금(내국세의 19.24%)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 지방도 같은 나란데.."세수보전은 신중했어야"
한편으론 취득세를 내린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 거래활성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인데 마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위해 희생한 양 무조건적으로 세수보전을 약속한 중앙정부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유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심사숙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모자란 세수를 지원해준 것은 2009년 100% 지방재원으로 사용되던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면서 줄어든 세수 1조8000억원을 지원한 사례밖에는 없었다. 2006년에도 취득세를 감면했으나 당시에는 취득세 과세기준이 취득원가에서 실거래가로 바뀌면서 오히려 세수가 늘어나 이러한 논의가 불필요했었다.
이렇게 지방에 이익이 되면 가만히 있고 손해가 되면 반발하는 현상이 반복되다보면 지자체가 집단적 이기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나라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펴는 데 제약이 따르게 될 것이란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