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환기자] 뇌 조직에 감염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전달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8일 정성기 포항공대 교수팀이 생체기능조절물질개발사업단과 BK21사업의 지원으로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 : BBB)을 투과할 수 있는 약물전달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성기 교수팀은 `소르비톨`이라는 약물전달체를 이용해 HIV의 증식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약물인 지도부딘(AZT)을 생쥐의 혈뇌장벽을 투과해 뇌조직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화학회에서 발간하는 화학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의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병원체로 알려진 HIV는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에 의해 인체세포에 편입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HIV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증식한다.
때문에 에이즈 치료는 HIV 역전사효소의 활동을 억제해 증식을 저지시킬 수 있는 뉴클레오시드 역전사효소억제제(NRTI)라는 약물을 이용한다.
하지만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는 그 기능적 중요성 때문에 혈뇌장벽이라는 특수한 보호체계를 가지고 있다. 보호체계는 해로운 외부 물질들이 뇌에 쉽게 침투를 못할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에 유용한 약물성분들도 뇌로 전달되지 못하게 한다.
때문에 약물치료제가 혈뇌장벽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적정의 분자량, 전하, 수용성 및 지용성의 균형 등이 까다롭게 요구된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약물 또는 약물전달체의 디자인과 합성의 어려움이 기술적 난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뇌조직에 감염된 에이즈(AIDS)의 치료를 가능케 하는 역전사효소 억제제(NRTI)의 전달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약물전달체와 약물의 고유한 기능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두 물질을 결합하는 연결기(linker)를 도입해 약물전달체와 AZT를 용이하게 결합했다. AZT는 피전달체(cargo)로서 약물전달체의 도움을 얻어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쥐를 이용한 생체(in vivo) 실험을 통하여 쥐의 혈뇌장벽을 통과하여 뇌조직까지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정성기 교수는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약물전달체 시스템에 기반하여 뇌종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등 난치성 중추신경계(CNS)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약물개발 연구가 향후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