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경기와 부동산 시장 사이에 이같은 시차가 생기는 이유는 주택시장 참여자들의 특수한 행동 양식 때문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투자자-효율적인 시장`이라는 시장의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경기 움직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주식시장 참여자라면 주가 하락세가 본격화되면 일찌감치 손을 털고 나오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의 사례처럼 부동산시장은 그렇게 기민하지 않다. 지난 91년 부동산버블 붕괴후 일본의 집값은 매년 하락, 15년간 내림세를 탔다. 그 기간 동안 부동산 투자자와 주택 소유자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쉴러는 "사람들이 주택, 즉 부동산시장을 영원히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주택시장의 이같은 굼뜬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했다. 집값이 떨어져 팔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살 집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집을 옮겨다니는 것은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고 집 장만에 들였던 노력을 생각하면 집주인에서 세입자로 변신하는 것도 마뜩치 않다. 특히 공동으로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새로운 파트너를 구하기도 힘든데다, 취학 자녀를 둔 경우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이사를 꺼리는 사람이 허다하다. 쉴러는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인다고 해서 집을 팔아 전세로 들어가야 겠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법"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이같은 굼뜬 움직임과 관성의 법칙은 왜 집값 하락이 당분간 더 지속될 수 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에도 답이 된다.
쉴러는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젊은 부부가 있다면 그들은 몇해전만 해도 새집 장만의 꿈에 들떠 있었겠지만, 고실업률과 가파른 집값하락 이후 마음을 고쳐 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마음가짐은 아마 수년간 지속될 것이고, 이미 이같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택을 보유한 많은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많은 이가 `지금이 집을 팔아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요양시설로 옮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2년이 걸릴 계획일지 모르지만 그들 역시 한번 고쳐 먹은 마음을 다시 바꾸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집을 내놓고 있다는 것.
쉴러는 결국 "쉽사리 바뀌지 않는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이같은 선택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는 매수자 없이 매도자만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집값은 2010년 또는 2011년까지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물론 경기가 급격히 빠른 회복세를 보인다면 사람들의 마음도 바뀔 수 있겠지만 그런 굵직굵직한 변화는 흔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어 "지난 90~91년 경기하강 사이클이 종료된 이후에도 미국의 집값은 97년까지 계속 내림세를 지속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