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성호 김자영기자]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급매물도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규제가 풀리더라도 거래량이 크게 늘거나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돼 대출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대출을 통해 집을 사기에는 현재 상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 단기적 영향은 미미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실물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데다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퍼져있는 등 아직 시장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며 "당장 매수세력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면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생겨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마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자산가치도 하락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더라도 대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 팀장은 "강남권 아파트들은 고가주택이나 재건축아파트로 투자형 상품"이라며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전무한 상태에서 자금여력이 되는 수요층들도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서 담보가치가 떨어져 대출한도가 실질적으로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3구를 투기지역에서 푼다는 것은 시장의 불안한 심리를 조금이나마 안정시킬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 침체된 시장에는 긍정적
단기적 효과는 없더라도 투기지역 해제는 침체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투기지역 해제 요건만 놓고 본다면 강남3구 역시 이미 투기지역에서 해제됐어야 한다"며 "이번 조치로 단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매도자와 매수자들이 가지고 있는 집값 하락 심리는 다소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기지역 해제가 중장기적으로는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는 부동산시장 외적 요인에 억눌려 있다가 회복기에 들어설 경우 집값 급등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지역 해제 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집값 변동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불안 양상이 보이면 즉시 투기지역을 재지정하는 등 시장보다 앞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특히 시장이 회복기로 접어들면 이번 투기지역 해제는 2~3년 전 부동산 투기 과열을 그대로 재현하는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며 "정부가 2000년 초반과 다르게 시장에 대한 대응을 보다 앞서서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급매물 소진, 호가 상승
강남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쌓였던 급매물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는 이번 주 초 7억8000만원에 거래되다 투기지역 해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8억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대출금리 부담으로 지난 가을께부터 시장에 급히 내놓았던 급매물 중 가격이 낮은 5~6건이 이번 주에 거의 다 팔려나갔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도 예전 7억원에 나온 급매물이 7억3000만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7억5000만~7억6000만원대 매물들은 일제히 회수되는 상황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35㎡는 불과 이틀 전에 4억70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현재는 급매물 가격이 4억9000만~5억원으로 올랐다. 급매물에 대한 매수세가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이다.
■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되면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아파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에서 60%로 높아지고 6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때 적용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 40%도 해제된다. 또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1건으로 제한하는 조치도 풀리게 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현재 적용되는 분양권 전매제한, 1순위 청약자격제한, 입주자 공개 모집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