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올들어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강남 입성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들어 급매물이 하나 둘씩 소화되면서 그동안 관망해 온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지금이 강남아파트 매입적기라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급매물 쌓여..일부 재건축 호가 상승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165㎡형(50평형)이 21억원대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가을 최고 30억 원대를 호가했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198㎡A형(60평형)도 최근 18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최고 호가가 22억원을 웃돌던 집이다.
지난해 최고 호가가 23억원에 달했던 강남구 역삼동 아이파크 178㎡형(54평형)은 로열층이 18억~19억원선이며, 새 아파트인 잠실 트리지움(옛 잠실 주공 3단지)은 최근 8억~9억원대 매물이 나와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매물은 호가가 한 때 11억원에 달했었다.
급매물이 쌓여가면서 강남 일부 재건축을 중심으로 거래가 하나 둘씩 성사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규제완화를 의식해 싼 매물을 미리 선점하거나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면서 일부에선 지금이 갈아타기의 적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강남구 개포동 주공 아파트의 경우 지난 추석 연휴 직전에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뛰었다. 주공 1단지 36㎡(11평형)의 경우 추석 전 6억1000만~6억2000만원에 급매물이 거래된 이후 지금은 6억3000만~6억4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 주공 49㎡(15평형)은 지난달 말 9억7000만~9억8000만원에서 현재 10억원을 호가한다.
◇대선 앞두고 `규제완화` 기대감 vs 집값 안정 흔들 `규제완화 쉽지 않아`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와 강동구 고덕주공단지는 거래량의 변화가 없으나 이달 들어 매수 문의는 증가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유력 대선 후보가 신도시보다는 기존 도시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민들이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선 공약 대결이 본격화되면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파트 가격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며 “그나마 급매물이 많은 현 시점이 갈아타기의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재건축 거래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거래 공백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다 보니 대기 수요자가 일부 움직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급매물 거래량도 지난 4-5월에 비해 못 미친다는 평가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강남 재건축을 풀어줄 경우 전체 아파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규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최근의 투자자금 흐름이 부동산보다는 주식, 펀드로 집중돼 있다는 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반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