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하원의원인 맘다니는 임대료 동결, 무료 버스, 보편적 보육 같은 생활 밀착형 공약을 앞세워 “모두를 위한 뉴욕”을 외친다. 지난달 맨해튼 유나이티드팰리스 극장을 가득 메운 3000여 명의 지지자 앞에서 그는 “이곳엔 민주당의 영혼을 되찾을 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지지자들은 환호했고, 그 열기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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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돌풍은 민주당의 진로 논쟁을 다시 불붙였다.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처럼 진보·사회주의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한편, 중도 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맘다니는 “기득권화된 민주당 체제를 깨뜨리겠다”며, 공화당은 물론 당 내부의 보수적 관행에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동시에 논란을 낳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0% 공산주의자”라며 맘다니를 비난했고, 공화당은 그를 “뉴욕 탈출을 부를 인물”로 몰아세웠다. 그의 과거 트윗과 이스라엘 관련 발언은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논쟁을 불렀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그의 언행이 반유대주의 정서를 자극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정치 전략가 제이크 딜레마니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뉴욕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전국적으로는 민주당의 약점이 될 수 있다”며 “공화당이 그를 새로운 공격용 아이콘으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맘다니의 부상이 진보의 자신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위험 신호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몰리 머피는 워싱턴포스트(WP)에 “뉴욕은 독특한 선거 환경을 지녔기 때문에 전국적 모델로 삼기엔 무리지만, 맘다니의 선거운동은 진정성과 현장성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모든 민주당 후보가 배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진보 진영에선 그를 ‘절망의 시대에 등장한 희망’으로 본다. 버지니아대 정치센터의 래리 사바토 소장은 “맘다니는 트럼프 이후 시대의 새로운 커뮤니케이터”라며 “민주당이 배워야 할 건 정책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후보’를 만드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등장은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니라, 유권자와 다시 연결하려는 민주당의 생존 실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전략가 아미트 싱 바가는 “기성 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은 이념이 아니라 진정성을 원한다. 맘다니의 부상은 민주당이 현실 문제와 다시 맞닿을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사회주의자 비판에 실용주의로 선회한 메시지
이런 리스크를 고려해 맘다니는 최근 들어 급진적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며 실용주의로 방향을 틀고 있다. 뉴욕 기업협의체의 캐스린 와일드 회장은 FT에 “그는 세금 인상만을 해법으로 보지 않는다”며 “행정 효율화와 기술 혁신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 CEO들과의 대화에서 “이념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경찰 비판 트윗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현 경찰청장 유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같은 행보는 그가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 정치에 적응할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주려는 시도로 읽힌다.
맘다니는 경험 부족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경쟁자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가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고 공격하자 그는 “내가 가진 건 경험보다 정직”이라며 응수했다. 이어 “당신이 잃은 건 정직인데, 그건 어떤 경험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맞받아쳐 박수를 받았다.
진보의 시험대, 민주당 다시 기선 잡을수 있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를 미국 진보 정치의 시험대로 본다. 데이비드 그린필드 전 뉴욕시의원은 FT에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도시이기에 전국의 축소판이라 보긴 어렵다”면서도 “그의 승리가 진보 진영에 상징적 승리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질서에 대한 피로감이 맘다니라는 인물에 투영되고 있다”며 “그가 성공한다면 민주당은 새로운 세대의 언어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전 부위원장 데이비드 호그는 WP에 “기성 정치권은 끝났다. 쿠오모는 탄광 속 카나리아였다”며 “당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투표로 퇴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