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영국, 내전 불가피"…"폭력 시위 조장" 구설수

방성훈 기자I 2024.08.07 09:48:53

영국서 어린이 3명 살해 후 곳곳서 반이민 폭동
"SNS 가짜뉴스가 원인" 지목한데 따른 대응
英총리실 "타당한 근거 없어" 발끈
외신들 "머스크, 폭력 조장·거짓 정보 확산에 일조"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영국에서 극우주의자들의 반(反)이민 폭동과 관련해 “내전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구설수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6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4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영국의 폭력 시위 영상과 함께 “내전은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하루 뒤인 5일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성명에서 “이슬람 사원과 무슬림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문장을 인용하며 “‘모든’ 공동체에 대한 공격에 대해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영국 총리실이 소셜미디어(SNS)의 가짜뉴스를 폭동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에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머스크는 그동안 유럽에서도 내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스타머 총리는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그럴 만한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나라에서 보고 있는 것은 조직화된 폭력이며 이는 거리든, 온라인이든 설 자리가 없다”며 “온라인에서 폭력을 조장한 이는 누구나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배후에 극우 세력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 영국 법원은 거짓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미성년자인 피의자의 신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리버풀의 해안마을인 사우스포트에서 댄스 교습을 받던 6~9세 어린이 3명이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SNS에서는 “이슬람 이민자가 범인”이라는 거짓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범인은 영국에서 태어난 17세 악셀 루다쿠바나로 밝혀졌으나, SNS에서는 ‘알리 알샤카티’라는 가짜 이름이 퍼졌다.

경찰이 관련 사실을 바로잡았지만, 영국 역사상 가장 잔혹한 범죄 중 하나로 간주되면서 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살해 용의자 신상에 대한 거짓 정보가 빠르게 확산했다. 가짜 이름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7월 30일 오후까지 엑스에서만 1만 8000개 이상의 고유 계정에서 3만회 이상 언급됐다.

거짓 정보에 속은 영국 국민들은 각지에서 폭력과 방화를 동반한 대정부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폭도들은 공공 건물을 파괴하고, 차에 불을 지르고, 경찰관에게 벽돌을 던졌다. 영국 북부와 중부에선 홀리데이인 호텔 건물에도 방화했다. 이들 호텔은 난민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는 인원들을 수용하는데 사용된 곳이다.

영국 왕립 검찰청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영국 북부 리즈에 거주하는 28세 남성을 체포했다. 검찰청은 이 남성에 대해 “인종적 증오를 조장하려는 위협적인 말이나 행동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머스크가 이번 시위와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에 느낌표나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면서 “선동적인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널리 퍼지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CNN도 “머스크의 반이민적 수사법은 온라인에 퍼진 거짓 정보가 현실 세계의 폭력을 조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전히 SNS 알고리즘에서는 범인의 이름이 가짜 이름으로 표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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