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무력충돌 지속…美·사우디 등 외교단·외국인 철수 러시

김윤지 기자I 2023.04.23 16:21:04

美 "수단서 정부인력 철수…대사관 폐쇄"
사우디도 민간인 157명 대피 완료 발표
무력 충돌 1주일째 사상자만 4000여명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무력 충돌이 1주일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자국 정부 인력을 포함한 자국민을 철수시켰다. 한국도 군 병력 투입 등 현지 교민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서두르고 있다.

수단에 있던 사우디 자국민과 외국인들이 수단을 탈출해 22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 도착하자 이를 환영하는 사우디 군대.(사진=AFP)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의 명령으로 미군이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대사관 직원 등 미국 정부 인력을 대피시키는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도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전에 도움을 준 지부티,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에 고마움을 표한 후 “이미 수백 명에 달하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수단에서 발생한 이 비참한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피 작전에는 100명이 넘는 특수부대 요원들이 참여했으며, 미 대사관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 소수의 외국 국적 외교관들 등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르툼 국제공항 상공에서 수단 정부군과 준구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충돌하면서 공항 일부가 파괴됐다.(사진=AFP)
같은 날 사우디 외무부는 수단에 있던 자국민 91명과 쿠웨이트·카타르 국적 외국인 등 157명이 이날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제다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수단 현지에서 차량으로 수단 동부 항구도시 포트수단으로 이동해 제다행 배를 탔다. 요르단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자국민 300명에 대한 철수를 시작했다.

수단 정부군은 영국, 프랑스, 중국 등 각국 외교단과 민간인의 철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한국 역시 수단에 있는 재외국민 철수를 위해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의 미군 기지로 공군 수송기를 보내고 청해부대를 수단 인근 해상 지역으로 급파했다. 수단에 체류 중인 한국인 28명도 대사관을 떠나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무력 충돌이 발발한 이후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은 1주일 만인 21일 ‘72시간 휴전’에 합의했으나 교전이 산발적으로 발생해 각국은 자국민 대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무력 충돌로 하르툼 국제공항은 폐쇄되고 민간 항공기 다수가 파괴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기준 21일 현재 이번 무력 충돌로 413명이 사망하고, 3551명이 부상을 당했다. 수단의사노조는 분쟁 지역에 있는 병원 3분의 2 이상이 십자포화를 맞거나 군인들에 의해 강제 폐쇄 되는 등 운영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수단은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오마르 알 바시르가 30년 동안 철권 통치했다. 이후 반정부 민주화시위가 격화하던 2019년 정부군과 RSF가 손잡고 쿠데타를 일으켜 알 바시르 정권을 축출했다. 양 군부는 2021년 10월에는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고 했던 과도정부를 또다시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이후 RSF를 정부군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군 통수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충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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