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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CNBC, 로이터 등은 사우디 국영통신을 인용, 이날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 주재로 개최된 회의에서 사우디 내각이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대화 파트너 지위를 부여하는 각서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전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간 관계 강화를 재확인하는 전화통화를 가진 뒤 하루 만에 전해진 소식이어서 주목된다.
SCO는 중국 주도의 정치·경제·안보 동맹이다. 본부는 베이징에 위치하며 중국 외교부 부부장 출신인 장밍(張明)이 비서장(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중국·러시아·인도·파키스탄 및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정회원으로 소속돼 있으며, 이란 등 옵서버 국가(발언권만 있고 발의권·의결권은 없는 국가) 4개국과 사우디·카타르·튀르키예 등 대화 파트너 9개국을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대부분이 중국·러시아에 친화적인 국가들이어서 서방 안보 블록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견제하는 세력으로 평가된다.
사우디는 2018년 반(反)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각각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사우디의 의전이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겐 전반적으로 냉랭한 반응을 보였던 반면 시 주석에겐 특별의전으로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아울러 지난 10일엔 중국 주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틀어진 것 외에도 중국이 사우디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라는 점, 사우디가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 등이 두 국가의 관계 심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21년 기준 중국과 사우디 간 무역액은 873억달러(약 114조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원유 거래가 77%를 차지한다. 사우디가 수출하는 원유의 25%를 중국이 사들이고 있다. 중국은 또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정유소와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 투자를 추진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CNBC는 “비록 사우디가 정회원으로 SCO에 합류한 것은 아니지만, 중동에서의 영향력이나 안보이익 측면에서 무게추가 좀 더 동쪽으로 기울게 됐다”며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에 잠재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