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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네이버(035420)가 오는 14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최수연(41) 대표이사 내정자를 신규 선임한다. 주주총회에선 최 대표 내정자와 채선주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정도진 사외이사 재선임과 노혁준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처리한다.
이날 주목받을 인물은 단연 최수연 대표 내정자다. 지난해 대표이사 물망에 오른 여러 쟁쟁한 책임리더들과 같이 이름이 거론됐을 때, 외부에선 최 대표 내정자 발탁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 그만큼 파격적 인사의 주인공이다. 네이버 내부에서 변화를 위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음을 이번 인사에서 엿볼 수 있다.
최 대표 내정자와 같이 일했던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 마디로 ‘일잘(일 잘하는)’ 캐릭터다. 입사 당시 같이 일했던 한 인사는 “단순 복사를 맡겨도 효율적인 일 처리를 고민하는 등 한 눈에도 출중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른 인사는 “스마트하고 사회성도 굉장히 밝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최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에 신입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가 국내 로펌 율촌에서 근무하면서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인물이다. 인수·합병(M&A)과 자본시장 등 기업지배구조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지난 2019년에 네이버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맡았다. 이후 네이버 경영진이 최 대표 내정자를 눈여겨보다 깜짝 발탁한 사례다.
최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 재직 기간이 길지 않아, 사실상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대표 내정 이후 직원 면담에서 성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300명 이상 신입직원들과 면담 시엔 “저도 같은 신입”이라며 스스럼없이 분위기를 돋웠고 여러 사업부와 면담을 돌 땐 ‘전문성’을 강조했다. 자기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될 것을 당부한 것이다. 한 인사는 “일처리 능력을 까다롭게 보면서 단호한 경영자가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올해 네이버는 세계 시장을 정조준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월 27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경영진은 지금까지 쌓은 네이버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도전을 통해 지금보다 더 큰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차기 대표에 대한 응원과 함께 회사 방향성을 알렸다.
작년 말 연결 기준 네이버가 확보한 현금(현금성자산 포함)은 2조7813억원. 두둑한 실탄을 지녔다. 자본시장과 M&A 자문을 맡았던 최 대표 내정자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네이버 채용사이트를 보면 웹툰과 클라우드, 파이낸셜, 스노우(자회사) 등 상당수 글로벌 직군 채용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당시 “리더십 변화가 예정돼 추후 실적 가이던스를 드릴 수 있도록 검토한다”면서도 “웹툰과 스노우 쪽에서 매출 성장이 컸고 올해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