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도 없는데 웬 동승”…40년만에 부활한 택시합승 ‘실효성 논란’

김기덕 기자I 2022.02.20 15:18:55

코나투스 반반택시 앱 호출시 동승 차량 자동매칭
이동거리 비례해 각각 택시요금 지불해 부담 줄어
“영업시간 규제로 손님↓·장거리 고객만 유리해”
서울시 “우티·카카오T 등 가맹사업자 추가 모집 중”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영등포구 소재 직장을 다니는 이가영(가명)씨는 야근 후 주거지인 강서구로 이동하기 위해 ‘반반택시’ 호출 앱을 켰다. 심야 시간에 승차난이 심할 때 동승자를 선택할 수 있는 이 앱을 이용하면 목적지가 비슷한 승객과 합승이 가능한데다 택시요금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그러나 동선이 비슷한 승객을 찾지 못해 30분이 훌쩍 지나서야 겨우 택시를 부를 수 있었다. 택시요금도 동승자와 절반 정도씩 나눠 부담했지만, 이동거리가 짧아 호출비용(3000원)을 계산해 보니 기존에 혼자 택시를 탈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982년 금지된 이후 40년 동안 모습을 갖췄던 택시 합승제도가 IT기술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언택트시대에 발맞춰 진화한 플랫폼(호출 앱)을 이용해 시민이 동승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승차난을 겪는 도심에 적합한 해결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영업시간 규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심야시간에 승객 자체가 확 줄어든 상황에서 장거리 위주로 설계된 택시 합승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 합승택시 플랫폼인 코나투스의 ‘반반택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 택시 동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플랫폼 사업자인 코나투스의 반반택시 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해당 앱에서 이용자가 동승 호출을 선택하면 기존 승객과 이동경로가 70% 이상 일치할 경우 차량을 자동 매칭(이용자 호출 반경 1km 이내)한다.

코나투스 ‘반반택시’
과거에는 택시 운전기사가 승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합승할 승객을 태워 요금산정 등의 시비가 자주 발생했다. 이번 합승 방식은 택시기사가 아닌 승객이 동승할 선택권을 갖는 방식이다.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실명으로만 해당 앱을 가입하고,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또 같은 성별의 승객에 한해 합승을 허용한다. 무엇보다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서 동승한 승객과 택시요금을 나눠 지불하기 때문에 가격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장점에도 반반택시 이용 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실제 이 택시는 심야시간(오후 10시~다음날 오전 10시)에만 운행을 하기 때문에 강회된 거리두기 적용으로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 현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동승 호출 비용이 3000원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장거리 고객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대상자가 제한적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반반택시 시범사업 당시에는 하루 이용건수가 200건을 웃돌았지만, 현재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칠 정도로 이용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야 이용객이 확 줄어든데다 호출 비용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경기, 강남에서 강북 정도로 택시비가 상당히 나올 있는 거리에서만 이용한다는 것도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택시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미 서울 택시 8명 중 1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가맹 택시(카카오T블루)가 잠식해 먼거리 우선 배차서비스를 하면서 일반 택시(카카오T 일반 포함)는 상대적으로 수입이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반반택시가 활성화되면 수입이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사는 “코로나19 이후 과거처럼 심야시간에 한꺼번에 승객이 몰리는 경우도 없는데 안전 우려가 큰 합승을 선택하는 승객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단기적으로는 사업을 안정화시킨 이후 택시 플랫폼 사업자를 추가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단독으로 참여 중인 코나투스 외에도 우티(UT), 아이엠(i.M), 카카오T 등 택시플랫폼 업체를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동승 이용률이 저조하긴 하지만 영업시간 제한 등이 단계적으로 풀리면 심야승차난 해소와 택시사업자의 수입 증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국토교통부의 승인 과정을 거쳐 조만간 추가로 플랫폼 사업자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일대 도로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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