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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보복'으로 채워진 檢 인사…김오수 리더십도 '빨간 불'

남궁민관 기자I 2021.06.06 16:48:59

'정치편향' 논란 속 검찰인사 첫 검증대 올랐지만
보은·보복인사 못막고, 오히려 "다행"…리더십 흔들
검찰 밖 비판 봇물…내부선 "말해봐야" 자조섞인 침묵
직제개편·정권수사 "같은 결과 나오면 나락 떨어질 것"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박범계(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검찰인사 관련 논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과 거리가 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유감을 표한다. 법과 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심히 저하될 수 있다”

법무부가 검사장급 이상 검찰고위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다음날인 지난 5일 대한변협은 “법무부가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을 벗어나 특정 성향의 인사를 중용하느라 법치와 정의의 가치를 외면한 게 아니냐”며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 4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검찰 인사에 대해 법조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정권말 친정권 검사들로 지휘부를 장악한 인사”라며 “현 정부가 표방하는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순천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박정희 유신 시절에도, 전두환 5공 군사정권 때도 피고인 법무부장관, 피고인 법무부 차관, 피고인 서울고검장, 피고인 민정비서관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가장 큰 논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점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평검사가 친정권 검사로 불리는 이성윤 지검장을 기소했는데 직무배제는 커녕 오히려 승진시켰다. 이는 곧 수사가 잘못되었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고 모든 검사들에게 모종의 강력한 메시지를 준 것인데, 이 또한 검찰개혁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현 정권수사를 차단하려는 노골적인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학의 불법출근 사건’ 지휘라인을 문홍성(대검 반부패·강력부장)-김관정(수원고검장)-신성식(수원지검장) 라인으로 대체, 사실상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막는 ‘3중 봉쇄’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국면 당시 이를 비판한 고검장들 중 4명(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구본선 광주고검장·강남일 대전고검장·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한결같이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고, 한동훈 검사장도 유명무실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했다.

검찰 내부에선 일단 “이번 인사 역시 예상됐던 일”이라는 자조 섞인 침묵이 흐른다. 한 현직 검사는 “이미 검찰인사, 조직개편을 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검찰 내부망 등을 통해 목소리를 냈지만 매번 바뀐 게 없지 않나”라며 일선 검사들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비판의 초점은 김오수 검찰총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김 총장은 일단 “박범계 장관에 의견을 개진했고 상당 부분 반영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후보자 시절부터 ‘정치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김 총장이 사실상 시험대로 꼽혔던 이번 ‘검찰인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적 배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인사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뿐”이라며 “정치적 중립성과 일선 검사들의 수사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 검찰총장의 리더십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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