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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브리핑]그래도 '매'에 가까웠던 옐런

김정남 기자I 2017.09.21 08:43:54

20일 역외 NDF 1131.5/1132.0원…3.80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닛 엘런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그래도 ‘매파(통화긴축 선호)’에 가까웠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긴축적인 메시지를 내보냈다.

가장 주목 받았던 게 무엇보다 ‘점도표(dot plot)’였다. 최근 물가 부진 탓에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권자들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주저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점도표는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위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기준금리에 점을 찍는 분포도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올해 12월 추가 인상 스탠스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달부터 매달 100억달러의 보유자산을 축소한다는 점은 시장이 이미 예상했던 그대로다. 다만 이같은 점도표상 변화는 전망보다 더 매파적인 것이다.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매파적인 발언이 주를 이뤘다. 옐런 의장은 “올해 물가 부진은 일시적”이라고 했다. 물가 부진은 기존 인상 경로의 최대 장애물로 여겨졌는데, 연준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자신감이다. 그는 또 “고용시장은 더 호조를 보일 것”이라면서 “경제 회복세는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FOMC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혔던 초대형 허리케인도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는 평가다. 단기적으로 경제 쇼크가 있을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경제를 흔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이에 미국 달러화는 모처런 강세를 보였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밤 92.498로 전거래일 대비 0.75%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2.30bp(1bp=0.01%포인트) 상승한 2.2704%에 마감했다.

하지만 이번달 FOMC를 완전한 매파로 보기에는 꺼림칙하다는 시각도 설득력이 없지 않은 듯하다. 연준이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1.9%로 낮춘 게 대표적이다. 목표치인 2.0%는 내후년이나 돼야 가능한 것으로 공식화했다는 의미다.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낮아졌음에도 인상 경로가 바뀌지 않은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옐런 의장의 ‘입’은 분명히 매였지만, ‘머리’는 비둘기와 매 사이에서 매 쪽으로 더 기운 그 어딘가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시 말해 인상을 꾸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경제 체력이 강해진다기 보다는, 최근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현상이 매파 기조를 강화시켰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쓰고 있고, 국채금리 역시 낮은 수준(국채가격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상보다 매파적이었음에도 미국 달러화 가치와 미국 국채금리가 놀랄 정도로 큰 폭 뛰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지난밤 역외 시장인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131.75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35원)를 고려하면 전거래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128.30원) 대비 3.80원 상승한(원화가치 하락)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도 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1130원 초중반대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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