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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찍었다vs더 떨어진다...집값 바닥 논쟁

김동욱 기자I 2012.10.08 11:20:08

집값 하락·전셋값 상승→매매수요 자극할 것
대내외 경기 불확실·공급과잉 우려→추가 하락 가능성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4년간 집값이 꾸준히 내려 주택 구입 부담은 줄어든 반면 전셋값은 빠르게 올라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집값이 급반등하지 않아도 시장 사이클로 볼때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경기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고 유럽의 재정 위기 등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일부 지표만 보고 매수심리가 살아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내 경기의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서울 집값이 최고 15%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지금이 바닥이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전셋값과 전세가 비율 상승, 부동산 구매심리 회복 등을 근거로 꼽고 있다. 반등 시기는 대부분 내년 상반기쯤으로 전망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수도권은 실질주택매매가격이 2007년 1월 고점을 찍은 뒤 68개월째 하락했고 전셋값은 빠르게 올라 일부 지역은 전셋값이 집값의 55% 수준”이라며 “용인, 고양, 파주, 김포 등 주택공급이 많아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수도권 전체 주택시장은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수도권 시장이 내년 초 거시경제 회복과 맞물려 회복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소장은 “경기 남양주, 광교 등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수요자들도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있어 시장 분위기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속적인 전·월셋값 상승이 매매수요를 자극할 수밖에 없고 정부의 9·10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갈아탈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순환주기상 충분한 가격조정기를 거쳤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시장은 ‘매매고점→하락→매매고점’ 추세로 흐름을 이어가는데 대략 한 사이클이 5년3개월에서 6년”이라며 “이런 추세로 볼 때 서울은 2010년 상반기 상승 전환했어야 하지만 대형 아파트가 발목을 잡아 반등 시기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전세가비율 상승, 부동산 소비심리 회복 등을 고려하면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집중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등락을 반복한 뒤 하반기부터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노두승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연구위원은 “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은 바닥권에 근접했지만 문제는 거래 증가를 이끌 동력이 부족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은 “최근 주택구입 트렌드는 수익성보다 안정성 추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집을 살 때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며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량은 소폭 늘겠지만 과거처럼 집값이 급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바닥 아니다”

시장이 여전히 바닥이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부동산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송흥익 KDB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 하락은 일시적인 요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송 연구원은 “서울·수도권 주택보급률이 100%에 육박하고 세종시 출범,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으로 주택수요 역시 줄어 실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전셋값이 올라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줄어 대출 받아 집을 살 유인이 없고 대출 이자 이상으로 수익을 거두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집값이 최고 15% 하락하는 가격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도권 주택시장은 집값하락, 공급과잉, 경기악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2~3년 정도는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의 9·10대책으로 미분양 주택이 혜택을 본다 해도 미분양 대부분이 중대형인 점을 고려하면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빈집이 많은 상황에서 신규 공급이 이어지고 있어 구조적으로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전세가비율 상승 등 일부 지표 호전이나 정부의 단기적 조치만으로는 시장 반등이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안지아 한국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거래가 늘고 미분양이 줄어드는 등 시장 여건이 나아졌다고 판단할만한 근거가 아직 없다”며 “시장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가비율이 50%를 넘긴 했지만 70%에 육박하는 지방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덕례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9·10 대책, 기준금리 동결 등 거래 정상화 조치가 나온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기 대책이어서 한계가 있다”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시장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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