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와 LCD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D램은 100m 달리기라도 하듯 고정거래가격 발표 때마다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미국발 위기에 반도체·LCD 업계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LCD 가격…"너 왜 이러니?"
9일 대만 반도체가격 정보제공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7월 하반기 주력제품(DDR3 1Gb 128Mx8 1066MHz) 고정거래가격은 7월 상반기보다 0.09달러 하락한 0.75달러를 기록했다. 고정거래가격이란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PC 등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이다.
PC 시장이 회복하지 못하자 D램 가격이 계속해서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격에 대한 전망이 일치하지 않아 고정거래가격을 발표하지 못했던 낸드플래시 주력제품(NAND 16Gb 2Gx8 MLC)도 7월 하반기 가격이 두 달 만에 12.18% 떨어진 2.74달러로 나타났다.
TV 시장이 부진한 탓에 LCD 패널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8월 초 40~42인치 LCD TV용 패널은 231달러로 7월 후반기 237달러보다 6달러 떨어져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46인치 LCD 패널 가격도 지난해 초 447달러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저치인 307달러를 기록했다.
◇"미국발 위기 대응은 좀 더 지켜봐야……"
안 그래도 쭉쭉 미끄러지는 가격 때문에 울상인 반도체·LCD 업체들에 미국발 위기에 대한 대응책을 묻자 하나같이 "비상체제 돌입 계획은 아직 없다"는 반응이다.
진작부터 글로벌 더블딥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것. 미국발 `먹구름` 때문에 전략을 수정하거나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005930) 관계자는 "반도체는 미세공정 전환으로 원가를 더 떨어뜨리고 LCD는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진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000660) 관계자는 "비상체제 돌입 계획은 없고 가동률을 현재 100%에서 조정할 계획도 없다"며 "원가절감 노력 등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관망세를 취했다. 미국발 위기를 시장 전망에 반영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하루 이틀 사이에 갑자기 분위기가 나빠져 IT 수요가 더 나빠질지 기존 수준을 유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업체들도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가 안 좋을 것을 예상하고 LCD 패널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동률을 조정했던 터라 업체들이 가동률을 쉽게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글로벌 수요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업황이 단기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로 전략 수정 등 행동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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